"이대로 가다가는 조선업도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판입니다."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공장부지를 구하는게 시급한데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마땅한 땅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해외 신조선 건조물량을 오는 2005년분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조선블록 등을 제작할 만한 공장부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할 수 없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현대미포조선은 회사에서 1.7km 떨어진 장생포동 해양공원 예정부지(3만평)를 임대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차질을 빚고 있다. "신항만 사업과 연계해 이곳에 해양공원이 들어서기로 예정돼 있는 만큼 특정업체에 혜택을 줄 수 없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벌써 2년 전부터 공장부지가 부족해 현대중공업 야적장을 임시로 사용하는 등 심각한 부지난을 겪어온 현대미포조선으로선 이대로 가다가는 납기가 늦어져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정 기간만이라도 해양공원을 공장부지로 임대 사용할 경우 8백명이 추가로 일을 하게 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인데 중국으로 가야 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허탈해 했다. 회사측은 신규 공장부지로 중국 옌타이(煙臺) 북방조선소 지역을 꼽고 있다. 이미 시설 동력현황 등 기술적 검토를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북방조선소의 경우 8만평의 부지에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고 50년간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기업 사업장의 노사분규에 이어 이젠 공장부지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울산시도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미국에 해외현지 공장을 설립한 현대자동차에 이어 현대미포조선도 중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울산기업의 '탈울산'이 러시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노사분규와 고임금,공장부지난 등이 기업을 내쫓고 있다"면서 "세계가 기업유치에 혈안이 돼있는데 울산 시민들이 기업을 타지역으로 내쫓는 우는 범해선 안된다"고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지수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