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한국CEO(최고경영자)포럼의 '제2회 CEO컨퍼런스'에 참석한 1백여명의 CEO들은 우리 경제를 매우 우울하게 전망했다. 10명 중 6명이 현재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나 다름없다거나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은 CEO들이 경제현장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는 얘기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기업인들은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듯 버텨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체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39.7%)로 꼽은 CEO들이 가장 많았다는 점도 CEO들의 비관적인 경기전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CEO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노사분규,정책 혼선,기업의 투자의욕 저하,민간 소비 위축 등을 지적했다.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은 "소비 침체의 주범은 카드 빚"이라고 지적한뒤 "1천1백만가구 중 3백30만가구에 신용불량자가 있는 셈인데 어떻게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끼어있다고 판단한 CEO들은 내년 사업계획과 관련해서도 한껏 몸을 사리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의 설비투자 실적이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고 그나마 이같은 투자 실적을 내년에라도 확대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32.7%에 그쳤다. 김주성 코오롱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기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사업계획은 그야말로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EO들은 당장의 경기침체도 걱정이지만 제조업 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저하도 크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중국의 성장세를 지켜보면 몸서리가 쳐진다"며 "저가 셋톱박스 생산공장은 중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의 강사로 나선 김헌수 메릴린치 태평양담당 수석연구원은 한국경제신문 19일자 '삼성 PC공장 모두 중국이전'보도를 언급하며 "기업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간다"며 "노사관계 안정 등을 기다리며 정부에 기업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