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역외투자 등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일부 개도국들의 반대로 선언문 채택에 실패하고 각료성명만 발표한 채 공식 폐막했다.


이에 따라 WTO는 오는 12월15일까지 일반 이사회를 열어 각국간 이해를 조정, 당초 예정된 시한인 내년 말까지 농업을 포함한 협상과제를 일괄 타결짓기로 했다.


칸쿤 각료회의에서는 선언문 채택 실패에도 불구, 초안에 담긴 농업시장 개방 방안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물론 다수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의 이해가 일치해 후속 협상과정에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이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UR) 때 보장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글로벌 개방체제 본격 편입을 전제로 한 강도 높은 농업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UR 이후 제정된 농어촌구조조정특별법 등을 통해 지난 94년부터 2002년까지 71조8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농업 부문에 투입했지만 영세농가를 대규모 기업농으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을 이루겠다던 목표가 실패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쌀값은 수입쌀의 평균 6배에 이를 만큼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한국이 후속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도 쌀을 개방 유예대상인 특별품목(SP)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늘 고추 양파 등 다른 주요 작물 대부분을 사실상 전면 개방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농가부채를 늘리는 식의 '퍼붓기식' 지원 방식에서 탈피하고 △운동단체로부터 독립된 농림행정을 확립해야 하며 △농촌인구를 늘리되 농업인구는 소수정예화하는 등 지방정책의 발상을 전환하고 △쌀 등 기본 농산물은 기업화로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되 그밖의 일반 작물은 고품질화하는 차별화 정책을 추진하며 △선거를 의식해 농업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수언ㆍ이정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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