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멕시코 칸쿤에서 발생한 이경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의 자살과 시장 전면개방, 태풍 '매미'로 인한 엄청난 피해,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임박 등이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 농심은 '폭풍전야'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의 초안이 발표되자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협상력 부재를 비난하고 생존권 투쟁을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료회의 초안은 사실상 농업시장 전면개방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료선언문 채택이 일단 실패함에 따라 잠시 한숨을 돌렸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측의 거센 압력은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여서 국내 농업시장은 언제라도 개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한농연측은 15일 "정부가 이번 각료회의에서 국내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겠다"고 대정부 투쟁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올 정기국회에서 한ㆍ칠레 FTA 비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태풍에 의한 유례없는 흉작 등 '뇌관'이 산재해 있다. 또 지난 2000년 발효된 농가부채탕감 특별법에 의해 유예된 상환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는 것도 숨어있는 불씨다. ◆ 집단행동 본격화 =농민단체들의 움직임은 이경해씨의 시신이 국내로 운구되는 오는 18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추모행사를 주관하는 한농연은 이씨의 죽음으로 쏠린 농산물 개방에 대한 국민적인 높은 관심을 FTA 비준 반대와 농산물 개방 저지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농민단체들은 11월19일 여의도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민 10만명이 참가하는 농민생존권수호 범국민대회도 열 계획이다. 전농은 11월13일 'WTO 반대 농민대회'를 열 예정이며 전국민중연대도 11월28일 대규모 농민대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