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를 신청한 아프리카의 이슬람 5개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외교적 마찰을 벌일 조짐이다.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아랍권 국가들을 정치적 마찰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언론들이 최근 보도하고 있는 이같은 갈등은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의 맏형 격인 이집트가 지난 5월 말 국제축구연맹(FIFA)에 2010년대회 유치 신청서를 낸 것을 비롯해 리비아, 모로코, 튀니지,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비롯됐다. 이들 6개국 가운데 남아공을 제외한 5개국은 이슬람권인데, 이집트 외무부는 이후 이집트축구연맹(EFA)의 유치전을 지원하기 위해 전화 접촉과 각종 모임 등 외교노력을 전개중이다. 월드컵 유치로 인한 국제적 지위 향상과 관광객 유치 등 정치, 경제적 부수효과를 포기할 수 없는 모로코와 남아공 등 나머지 국가들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외교공세를 시작하면서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가 카사블랑카를 방문, 모로코의 월드컵 유치 지원을 약속하면서 역내에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압둘라 왕세제는 내년 5월로 예정된 FIFA 최종 표결에서 아랍과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의 지지표를 모아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집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리비아가 튀니지와 함께 공동 유치 신청서를 내면서 사정은 더욱 복잡하게 됐다. 지네 알-압딘 빈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최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아들이며 리비아축구연맹 부회장인 사디 카다피와 전격 회동,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 개최를 재연하겠다며 오히려 이집트에 대해 유치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처럼 월드컵 유치를 둘러싸고 이슬람 국가들간 알력이 심화되고 이집트의 외교노력도 수포로 돌아가자 일부 아랍 국가들은 이 문제를 아랍연맹에 상정, 개최지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현 추세가 확정돼 표대결에 들어갈 경우 아랍권 표가 분산돼 남아공이 반사이익을 보게된다고 우려하면서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랍연맹에 이 문제가 상정되더라도 수시로 아랍연맹 탈퇴를 위협하고 있는 리비아의 결정을 구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난과 분쟁의 땅' 아프리카가 축구 열기로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이라크 전후 안정화 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 아랍연맹이 축구 때문에 골치를 앓게 될 판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