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5차 각료회의가 최종 선언문 채택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농산물 시장보호를 겨냥, 강력하게 추구해온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상당수 회원국들이 한국의 국민소득 수출 등 개도국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경제력을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동안 농업협상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요구하면서 비농산물 분야의 공산품 협상에서는 사실상 선진국 기준에 맞춘 대폭적인 개방을 주장하는 이중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칸쿤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한국의 농업부문 개도국 인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WTO 회원국들은 한국의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한 만큼 한국을 더이상 개도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물론 농업 분야의 개도국 지위 인정 여부가 이번 칸쿤 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숀 도널리 미 국무부 교역담당 부차관보는 이달 초 한국 기자단과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한국은 시장개방과 다자교역으로 큰 혜택을 입은 국가"라며 "다자무역협상은 기본적으로 일괄타결 원칙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일부 협상에선 (한국이) 어려운 결정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농업개도국 지위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