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가 열린다. 관심은 현 총재인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선출될 것인가 여부다. 일단 고이즈미 총리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변수가 될 일본경제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2·4분기 성장률이 3.9%로 91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앞으로 일본경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 두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경제 앞날을 밝게 보는 일본식 마냐나 경제관(manana economy)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경기회복을 학수고대해온 일본 경제각료들은 2·4분기 성장률과 주가상승 등을 들어 올해가 13년간의 장기침체 국면을 마무리하고 경기회복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경제 회복의 두가지 아킬레스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 최근 회복세는 '일시적'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그 근거로 일본 국민소득(GDP) 기여도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심리가 여전히 미약한 점을 들고 있다. 최근처럼 금융이 실물경제를 선도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일본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이 해결되지 않아 금융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경기회복세는 오래갈 수 없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일본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줄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될 기미를 보일 때까지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시각이다. 이번 총선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선출된다 하더라도 11월 총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을 염두해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엔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대부분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참고지표로 엔화 환율을 삼고 있는 현실에서는 원·엔 동조화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일본경제가 일본 경제각료들의 시각대로 회복세가 본격화된다면 엔화 환율은 일부 기관들의 전망대로 1백10엔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원·엔 환율이 1대 10을 가정한다면 원화 환율은 1천1백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추산은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최대 엔화 환율 변화요인인 미·일간의 성장률을 놓고 본다면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올 3·4분기 이후 미국경제 성장률이 3.5% 이상으로 예상돼 일본경제를 다시 앞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엔화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경제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경제 입장에서 과도한 달러약세는 역자산 효과(anti-wealth effect)로,일본경제 입장에서 지나친 엔화 강세는 디플레 효과가 우려돼 수용할 수 없는 처지다. 유념해야 할 것은 당분간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히스테리 현상(hysteria)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예상외로 높게 나온 일본경제의 2·4분기 성장률과 유럽통합 일정의 차질 등으로 시장참여자들의 기존 인식이 흐트러져 조정국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최근처럼 히스테리 현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환율수준과 변동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smoothing operation)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국내기업과 개인들도 이 기간중에 환위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올 한해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