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와 경기전망 등을 놓고 경제단체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회원사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일 정부의 노사관계 개혁 로드맵 발표에 대해 일제히 긍정적인 논평을 냈다. 사실상 '환영 논평'이었다. 전경련은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산업평화를 위한 적극성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럽게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경영계의 대(對)노동계 창구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두 차례나 논평을 내가며 '수용 불가'입장을 밝혔다.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방안이 너무 많다는 것. 경총 관계자는 "일부 경제단체들이 환영 논평을 내는 바람에 노동계에 정부안이 '친(親)경영계안'이라는 오해를 사게 됐다"며 전경련과 상의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사문제에 대한 창구를 단일화해 한 목소리를 내놓기로 해놓고도 엉뚱한 의견들을 내놔 재계 내부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 측은 최근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화 과정에서도 전경련이 기자들에게 "정부안 공식수용" 방침을 밝히는 바람에 노동계로부터 곤욕을 치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잇따라 발표된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서로 엇갈려 양측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빚었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31일 '4·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통해 BSI가 90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 침체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BSI는 기준치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전경련은 그러나 이틀 뒤인 2일 9월의 BSI가 109.6으로 지난 8월의 91.4에서 크게 뛰어올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전국 1천4백85개 제조업체,전경련은 매출 6백대 기업을 조사대상으로 삼아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전경련이 발표한 BSI 조사결과는 대한상의 조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의조사에서도 대기업의 BSI는 106으로 전분기(94)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소업체를 포함할 땐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