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퍼포먼스 '난타'가 세계 공연산업의 메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오는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있는 뉴빅토리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한국의 공연물이 브로드웨이에 개런티를 받고 수출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난타'를 만든지 6년만의 결실이지요.그동안 한국 공연물은 공연장을 자비로 대관해 교포들을 대상으로 공연하곤 했습니다."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 PMC 대표(46)는 자신감에 넘쳤다. 브로드웨이에서 상업공연을 펼치는 일은 모든 공연기획자의 꿈이고 이번에 그 꿈을 실현했기 때문일까. 이번 공연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 아동청소년공연예술제에 참가한 뉴빅토리극장의 디렉터 메리 로즈가 '난타'를 본 뒤 초청함으로써 성사됐다. 뉴빅토리극장은 1900년 건립된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지난 95년 프리미엄급 가족극장으로 재탄생했다. '난타'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03~2004년도 이 극장의 시즌 개막작이다. 개런티는 주당 3만5천달러,4주간 14만달러(약 1억7천만원)다. 장기흥행 위주의 상업극장이 아닌 가족극장 공연이어서 개런티는 많지 않지만 이번 공연은 '난타'를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은 뉴욕에서 장기공연을 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무대지요.뉴욕의 비평가와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 오프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건립할 계획입니다.설사 실패한다해도 일단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해외공연에서는 주당 10만달러의 개런티가 보장됩니다." 브로드웨이 진출로 '난타'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해외시장 진출도 쉬워진다는 뜻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건립하느냐 여부는 이번 공연에 대한 뉴욕의 비평가,특히 뉴욕타임즈의 평가를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탁월하다'(excellent)는 평가를 받으면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고,'좋다'(good)면 숙고한뒤 결정할 생각입니다.반면 '나쁘다'(bad)면 일단 계획을 접어야 겠지요." 이번 공연의 의미는 그만큼 각별하다. 송 대표는 지난 18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 85년부터 4년간 뉴욕에 머물면서 반드시 자신이 만든 공연상품을 들고 뉴욕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난타'는 지난 97년10월 초연돼 지금까지 2백63억원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이중에는 해외공연 수입 30억원과 외국인 관람객 수입 62억원이 포함돼 있다. 요즘에는 관객 중 70%가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의 입장수입 비중이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난타' 전용극장을 처음 만들면서 10년간 공연할 것이라고 발표했을때 '미친 놈'이란 소리를 들었어요.당시 저에겐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 있었습니다.서울시민 1천만명중 30만~40만명 정도가 공연을 즐기지만 서울에 온 외국인 5백만명중 10~20%선인 50만~1백만명 정도는 공연을 보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난타'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외국공연의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가 있으며 리듬앤 비트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세계화'를 목표로 제작된 상품인 셈이다. 그러나 '난타'는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 숱한 장애를 넘어야 했다. 송 대표는 지난 99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최고점수인 별5개를 받고 당시 현지에 왔던 뉴빅토리의 메리 로즈에게 뉴욕공연을 제의했다가 퇴짜를 받았다. 가능성은 보이지만 뉴욕 공연에는 미흡하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2001년에는 5백만달러의 개런티를 받고 미국 순회공연에 나섰으나 첫 공연지인 보스턴에서 급히 귀국했다. 9·11 테러로 순회공연이 무산된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순회공연마저 '사스'로 중단됐다. 이런 과정에서도 송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쇼닥터들을 초빙해 작품을 거듭 수정해 꾸준히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아시아의 공연물이 브로드웨이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난타'가 이번에 그 시도를 하게 된 것이지요.지켜봐 주십시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