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도 올해 같지는 않았어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열흘 앞으로 다가 온 한가위에 시름이 쌓이고 있다. 추석 대목이 없어져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래시장. 남대문종합시장㈜ 관계자는 2일 "추석이 예전보다 빨라 주력품목인 가을철 의류판매가 상당히 저조하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져어느 때보다 어려운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영업부의 이영섭 차장은 "일선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출액이 지난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추석 대목은 이미 포기했고 겨울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등포시장에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경기가 말도 못한다"는 탄식과 함께 "인근에 대형백화점까지 생겨 재래시장은 매출액을 적을 수 조차 없을 정도경기가 없다"고 걱정했다.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동기보다 4.6% 감소했다"며 "100만원대 굴비 세트 등 고가 추석선물이 그나마 잘 팔리는 편이고 서민들은 호주머니를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백화점 측은 "올해들어 1월을 제외하고 월매출이 전년대비 매달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며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추석 행사에서는 예년에 비해 사은행사 규모가큰 탓인지 초반 매출이 한자릿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를 좀체 타지 않는 다는 명품 매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판매 코너의 매출은 지난 7~8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내외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C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매출을 주도하는 의류 판매가 대폭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핸드백이나 스카프 등 잡화류 중심으로 판매가 겨우 이어지고 있다"며 "부유층들의 소비심리까지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같으면 `추석 보너스'를 받을 생각에 설레었던 직장인들도 추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최근 연봉제 실시로 사실상 상여금이 없어진 데다 회사 차원에서 주는 상품권등 추석 특별 선물도 뜸하기 때문.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 22개 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 1만5천여개사를 대상으로조사한 결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는 72.6%로 지난해보다 6.4%포인트 줄어든 반면 지급하지 않는 업체는 27.3%로 6.3% 증가했다. 대기업 H사에 다니는 회사원 김혜진(31)씨는 "추석이라고 해서 특별히 들뜨거나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임원들이 부하 직원에게 주던 `명절떡값'도 사리진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임주영 기자 hskang@yonhapnews zoo@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