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사는 주부 홍난희씨(36)는 화장실 가기가 겁난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이어진 만성 변비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규칙적인 배변이 안돼 오랫동안 변비약도 먹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홍씨처럼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보다 3~4배 정도 변비 환자가 많다. 전문의들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쳐도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변비약은 변비 치료의 최후으로 삼아야 한다. 변비란 무엇이며 그 예방법을 알아본다. ◆ 하루 배변량이 30g 이하면 변비 =변비란 변이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장에 머물며 배설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3회 이하이거나 하루 배변량이 30g 이하일 때를 변비라고 한다. 그러나 3∼4일에 한 번 변을 보는 사람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매일 변을 보면서도 과도한 힘이 필요하거나 불쾌감에 시달린다면 변비 증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변비는 크게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분류된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탈장 장폐쇄 등 대장의 구조적인 결함이 원인이다. 이 경우는 병이 치료되면 저절로 변비가 낫는다. 일반인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기능성 변비는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데도 대장 기능의 이상으로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완성 변비, 직장형 변비, 경련성 변비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 운동이 약해 변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지 못하고 장 속에 담고 있는 것이다. 며칠 동안 변을 보지 못해도 불편한줄 모른다. 변이 굵고 딱딱하고 배를 만져보면 변이 만져지기도 한다. 직장형 변비란 변이 직장까지는 내려왔지만 직장에 걸려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경우다. 직장에 변이 오래 머물러 수분이 흡수되고 돌덩이같이 딱딱한 상태가 되며, 장시간 지속되면 직장이 늘어나서 변이 직장에 있어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대장이 흥분해 경련을 일으킨 결과 변이 앞으로 나가지 못해 생기는게 경련성 변비다. 배에 가스가 차며, 배와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는다. 변이 나오더라도 토끼똥처럼 작은 덩어리가 한두 개 똑똑 떨어질 정도다. 스트레스나 위십이지양 궤양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기 쉽다. ◆ 아침 거르면 변비에 잘 걸린다 =아침은 배변의 황금시간대다. 아침 밥을 안 먹으면 위와 대장의 반사가 일어나지 않아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위장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면 대장이 반사적으로 수축, 연동운동을 일으키면서 변의를 느끼게 하는데 아침을 먹은 뒤에 가장 강하다. 따라서 아침을 먹은 뒤 위대장 반사운동을 이용, 변의가 있든 없든 화장실로 가는 게 좋다. 변비에서 탈출하려면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갖고 배변감을 느끼는 순간 바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 필수다. 자주 아침을 거를 경우 이런 반사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변비가 되며, 다이어트 등으로 음식물을 지나치게 적게 섭취하는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평생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은 '평생 변비'로 시달린다는 말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복근력이나 변을 밀어내는 내장 운동력이 약하다. 그래서 규칙적인 식사는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 강남서울외과 정희원 원장(대장항문과 전문의)은 "여성 변비는 충분한 양의 수분과 섬유소 섭취가 중요하다"며 "일시적인 배변 장애시 조기 관리에 실패하면 만성 변비가 되므로 단기간의 변비약 복용, 관장, 대장 세척 등으로 만성 변비로 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물을 많이 마셔라 =대변의 70%는 수분이다. 무조건 물을 먹는다고 변비가 개선되지는 않지만, 물이 부족하면 대변에 함유된 수분이 거꾸로 장에 흡수된다. 공복에 마신 찬물은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물을 하루 8잔 정도 마시는 것이 쾌변을 돕는다. 대장 운동을 돕는 산책 조깅 체조 같은 유산소 운동은 변비에 좋다. 복부 마사지는 대변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오른쪽 아랫배에서 시계방향으로 주먹을 쥐고 오일을 바른 후에 한다. 또 명치에서 양쪽 옆구리 방향으로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하듯 훑는다. 왼쪽 아랫배에서 항문방향으로 주먹으로 밀어주는 마사지도 좋다. 하루 25∼30g의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도 변비 예방에 좋다. 섬유소는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장으로 이동해 다른 성분들과 함께 대변을 만든다. 이때 섬유소는 물을 흡수해 변을 부드럽게 하고, 부피를 증가시켜 매끄럽게 배변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섬유소는 곡류(현미 보리 잡곡), 두류(팥 대두 강낭콩), 견과류(밤 호두 땅콩), 채소(배추 양배추 파 오이), 생과일에 많이 들어 있다. ◆ 변비약은 최후의 수단 =변비는 특정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변비약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없어지지 않는 변비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단기간 약을 복용할 수 있다. 변비 환자들에게 변비약의 선택과 복용은 매우 중요하다. 효과가 좋다고 자극성 변비약을 많이 복용하는 경우도 좋지 않지만, 어떤 경우는 변비약이 꼭 필요한 데도 변비약이 장에 좋지 않다며 약을 거부하기도 한다. 변비약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변비약을 구입할 때는 성분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 적절한 복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 = 강남서울외과 정희원 원장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