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되는 꿈'을 상징하며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기간 달구벌을 환하게 비출 성스런 성화가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활활타올랐다. 성균관대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각각 채화된 뒤 2천여명의 봉송 주자를 거쳐포항 호미곶에서 지난 17일 합화되고 20일 대구에 도착했던 성화의 불씨는 21일 오후 8시 10분께 개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169개국에서 모여든 선수 및 임원이 모두 입장해 운동장에 도열한 가운데 성화는 경북이 고향인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성숙의 손에 들려 천천히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정성숙에 의해 본부석 앞까지 옮겨진 성화는 곧바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주인공 황영조에게 인계됐다. 성화를 넘겨받은 황영조는 마라톤 선수 출신답게 씩씩하게 운동장의 3/4바퀴를돌았고 운동장 서쪽 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터준 공간을 지름길 삼아 참가국 선수들이 모인 운동장 가운데를 가로질러 경기장 서편 스탠드까지 내달렸다. 성화대의 관문인 스탠드 앞에 기다리고 있던 최종 성화 점화자는 '97년 시칠리아U대회 금메달리스트 이진택(31). 대구 출신으로 한국 육상 높이뛰기에서 오랫동안 `지존'으로 활약했던 이진택은대회 조직위원회가 신비감을 갖게 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베일에 가렸다가 점화직전에야 모습을 드러낸 것. 갑자기 운동장 조명이 꺼지면서 반딧불같은 작은 불빛들과 관중의 박수 소리만이 가득한 가운데 이진택은 황영조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았다. 운동장 동쪽 관중석 꼭대기에 마치 꽃봉오리처럼 걸린 성화대까지 특별 설치된엘리베이터에 이진택이 올라타자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정상을 향해 이동했고 이진택은 성화를 든 오른팔을 한 번 높이 치켜들고는 곧바로 점화를 시도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5천여명의 관중 및 선수들의 함성과 함께 성화는 힘차게 타올랐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