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에서 3년째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운영 중인 안길환 사장. 그는 요즘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러시아 경기가 초유의 호황을 구가하면서 덩달아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 곳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러시아산 차를 사느니 2천~3천달러 더 보태 한국차를 사려고 한다니까요." 인기 차종인 리오와 쏘렌토,카니발은 작년보다 배 이상 더 팔린다는 게 그의 설명. 안 사장은 "5년전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던 러시아가 이렇게 살아날 지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송우찬 사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인 NTC를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57%. "월평균 임금이 2백50달러에 불과한 러시아 사람들이 서비스이용료 37달러를 선뜻 지불할 정도로 휴대폰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매달 매출목표를 높여잡아도 실적은 늘 1백50% 초과 달성입니다." 러시아가 중국의 뒤를 이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한국 기업의 러시아 수출은 8억2천만달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0% 늘어난 것이다. 이순원 KOTRA 해외조사팀 과장은 "러시아 경기는 하반기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소비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은 작년의 2배인 20억달러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휴대폰과 승용차의 수출 증가율은 3백%. 폴리에스터섬유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등의 수출도 이미 작년 실적을 넘어섰다. 장창덕 삼성전자 CIS총괄대표(전무)는 "러시아 경제의 호황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인근 CIS국가로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대대적인 마케팅 판촉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병호 현대자동차 해외영업본부장은 "러시아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실감한다"며 "현지 광고예산을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려 책정하는 등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희 KOTRA 모스크바무역관장은 "2001년 32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오일머니 덕분에 6백40억달러로 20배나 증가했다"며 "러시아 호황은 '경제 르네상스'로 불릴 정도여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