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이기준)이 공동 주최한 '제2회 한경·공학한림원 원탁토론회'가 '기술판사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양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주제 발표에 이어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신운환 한남대 법대 교수,김성기 변리사가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주제발표 ] ▲양지원 KAIST 교수=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 기술분야 전문가를 판사로 임명해 법률판사와 함께 재판부 구성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기술판사제 도입이 논의됐으나 대법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98년 특허법원 개설과 함께 기술심리관 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기술심리관은 검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재판부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서 전공을 마친 후 대학원 과정(로스쿨)부터 법학을 배운다. 따라서 특허전문 판사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 과학기술을 전공한 후 법률공부를 하기 때문에 기술판사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없다. 과학기술 발전에 맞춰 기술판사제 도입은 필연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로스쿨 제도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특허법원의 기술심리관 제도를 조속히 기술판사제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 [패널토론] ▲신운환 한남대 교수=독일이 왜 기술판사제를 운용하고 있는가. 법학 교육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법지식 공부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기술판사제가 연방특허법원 판결의 질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까지 평가된다. 우리나라 특허심판 사건의 80%이상,특허 침해사건 60%가 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도 기술적 판단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판사직을 주지 않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술심리관의 의견이 공개되지 않는 등 그 역할이 미미하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기술판사를 임명한다고 해서 특허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재판도 결국 법적 판단을 따라야 하므로 기술심리관이 판사로서 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질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로스쿨 제도도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지 먼저 검토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기술을 감정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참심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기술 분야별 전문가 풀을 확보,활용하면 기술판사제와 상관없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특허심판원에서 바로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쟁송구조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고등법원역할을 하는 특허법원이 설립됐다. 기술판사제 도입 논란 속에 타협안으로 제시된 게 기술심리관 제도다. 기술판사제를 도입해도 그 숫자는 10여명을 넘을 수 없다. 따라서 당장 기술판사를 뽑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특허법원 판사의 전문성을 높여주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법률판사들이 기술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해주거나 우수한 특허심판원이 요건을 갖춘 후 기술판사로 임명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성기 변리사=우리 사법 현실에서 법관이 특허법원에 가서 기술 전문가로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 전문가 풀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재판에서는 재판관이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 판단과 규범 판단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기술심리관이 재판부에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 지 공개하고 이들에게 재판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