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커져가는 南·南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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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불참과 참가를 오가면서 남한 여론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양상이다.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격돌했던 보수·진보 단체들은 북한이 광복절 행사 당시 인공기를 태웠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대회 불참을 시사하자 '네 탓'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보·혁 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인공기 소각 유감'을 표명하자 다시 극명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보수단체의 광복절 행사를 주관한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는 유감표명 직후 "대통령이 북한의 내정 간섭적 요구를 수용하고 굴복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속국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대북 유감표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성격의 '8·15 통일대행진'을 주도한 통일연대는 "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것은 남북간 대결과 적대를 지양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통일연대는 특히 "수구 반통일 세력은 노 대통령에 대해 '북에 끌려 다닌다'고 비난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극단적 대북 적대행위로 다된 밥에 재를 뿌려 놓고 이를 수습하려는 대통령에게 시비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야,보·혁간의 논란은 이제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미디어 다음'에 글을 올린 네트즌 '베아트리체'는 "북한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교류를 하자면 서로 존중을 해줘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남의 국기를 모욕하면 안된다"고 썼다.
반면 필명이 '말도안돼'인 네티즌은 "(북한이 서해교전때) 남의 영역에 들어와 장병을 죽이고 유감이란 말을 했는가"라며 "이번 사건에 사과하기 앞서 서해교전 사과부터 받아내라"고 주장했다.
사이버상의 여러 게시판에는 육두문자까지 오가고 있다.
북한이 이날 오후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3일간의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해방 직후를 방불케 하는 '남·남 분열'과 '좌우투쟁'이 가열되는 양상을 지켜본 북측이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다.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