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국내 오피스시장에서 한글과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존심을 내건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컴은 한글날이자 창립기념일인 오는 10월9일을 전후해 "한컴오피스2004"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MS도 오는 10월21일 "MS오피스2003" 한글판을 선보인다. 이번에 한컴은 지난 9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워드.스프레드시트(표계산프로그램).프리젠테이션 등 오피스 핵심군을 전부 갖춘 신제품을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부터는 오피스시장에서 MS가 월등히 앞서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번엔 '진검 승부'=한컴은 한글워드로 '국민기업'이라는 명성을 얻었음에도 MS에 밀려 고전해왔다. 전세계 오피스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S의 마케팅 파워에 밀린 탓이다. 한컴은 그동안 워드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MS는 '워드'와 표계산프로그램 '엑셀',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 등 완성도 높은 구성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해 나왔다. 한컴은 MS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지난해 선보인 '한컴오피스2003'에서 표계산프로그램 '넥셀'을 포함시킨데 이어 이번엔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한컴슬라이드2004'까지 추가,제대로 된 오피스 제품군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또 하우리의 백신프로그램 '바이로봇 엑스퍼트4.0'을 장착,PC 보안 기능까지 갖췄다. ◆XML 지원이 공통점=이번 신제품에서 한컴과 MS는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플랫폼간 데이터 교환을 위한 차세대 범용 표준인 확장성표기언어(XML)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국MS 관계자는 "'워드2003'이나 '엑셀2003' 등 오피스2003 제품군들은 XML 문서를 자유롭게 읽고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한컴도 워드제품인 '한글2004'를 통해 별도의 XML 편집기 없이 XML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양사 제품 특징과 전략=한컴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한컴 백종진 사장은 "오피스의 핵심요소를 모두 지니면서도 가격은 20만원대로 89만원대인 MS제품의 4분의 1에도 못미친다"며 "MS오피스 제품과의 호환성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제품의 광고·마케팅 활동도 대대적으로 펼쳐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MS는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고가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국MS는 MS2003의 장점으로 △그룹내에서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수정할 수 있다는 점 △타인이 함부로 고칠 수 없도록 문서보안을 강화한 점 △전자우편 소프트웨어인 아웃룩의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점 등을 꼽았다. 한국MS 관계자는 "신제품은 '협업'을 기본 개념으로 삼고 있다"며 "이전엔 개인용 PC환경에서 문서작업의 효율성을 중시했다면 이번엔 비즈니스 공동의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협업 기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