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학서 사장은 1999년 윤리경영을 선언하면서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을 만들었다. 서울 소공동 신세계 본사 1층에 있는 이 조직은 구 사장의 윤리경영 의지를 실행에 옮기는 사장 직속의 윤리경영 전담 부서다. 다른 기업에도 준법감시팀 같은 부서가 있지만 신세계의 '사무국'은 그 권한과 업무 영역이 다른 기업보다 몇 배는 크고 넓다. 신세계를 벤치마킹하려는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사무국의 역할이다. 구성원은 이병길 국장을 비롯 모두 9명. "비리 적발과 징계가 사무국의 주 업무일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사실은 임직원 교육,윤리경영 평가,강사 육성 등이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이 국장) 사무국은 4년전 윤리경영 초기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국내 처음으로 윤리경영을 도입하다 보니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직원들은 이에 따라 미국 LA지사를 통해 3M IBM 존슨&존스 등 수십년간 윤리경영을 해 온 외국 기업들의 사례를 수집했다. 지금 윤리경영의 초석이 되고 있는 윤리규범의 골격은 이들 회사로부터 많이 참고했다.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법규준수와 자유경쟁,시장질서 존중,협력회사와 공존공영,임직원의 기본윤리,임직원에 대한 책임,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 등 6장으로 구성된 윤리규범 골격은 이들의 규정을 바탕으로 가다듬어졌다. 사무국은 또 나이키 노키아 네슬레 혼다 도요타 등 선진 기업도 직접 탐방해 윤리경영을 배웠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사무국은 윤리경영 전담 조직으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한편으로는 규범을 만들고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리를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했다. 징계는 사무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사내 분위기를 일신시키는 효과가 컸다. 윤리경영 초창기인 2000년 상반기 카드로 가전제품 양곡을 대량 판매했다가 중징계받은 사건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전제품이나 양곡은 불법 유통될 우려가 있어 카드로 대량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A점 관계자 5∼6명이 이를 위반한 것. 물론 윤리경영 도입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를 위한 판매 행위로 받아들여져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무국은 불법 유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윤리경영 규범 위반 판매행위라며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윤리경영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윤리경영 성과 조사도 사무국의 주요 업무다. 사무국은 윤리경영 성과를 협력사 관계자들이 가장 잘 판단한다고 보고 매년 두차례씩 무기명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만족도 점수는 지난 99년 72점에서 올 상반기 80점을 넘어섰다. 8점 높이는데 무려 4년이 걸린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부문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는 칭찬하는 글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무기명으로 의견을 쓰는 난이 있었는데 주관식 설문에 답한 97개사 가운데 '임직원의 청결수준이 뛰어나다''협력업체를 잘 배려한다' 등의 칭찬 글이 89건이나 됐다. 사무국 직원들은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다. 구 사장은 신세계 윤리경영을 겨우 60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