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고객 돈을 모두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55)이 신탁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코헨 행장은 13일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이 고객 돈을 모두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하는 환경에서는 신탁부문 발전이 어렵다"면서 "잘못된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신탁부문의 비중을 계속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올 들어 투신사 상품을 대행 판매한 것 외에 자체 신상품은 한 건도 출시하지 않았다. 코헨 행장은 또 "한국의 경우 4개 대형 은행에만 여신이 집중된다면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다"면서 "(합병을 통해) 은행 수가 줄어들면 국익과 고객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일은행 입장에선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조흥은행 인수는 무산됐지만 기회가 닿으면 또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칼라일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은 순수한 외국인 투자자에 불과하다"면서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한미은행의 경영에 참여하면 국내 금융환경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낙관하고 있다"면서 "수출은 호조인데 신용카드 문제로 소비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므로 카드 문제가 해소되면 소비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4백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은 2천5백13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1천1백32억원)보다 1백22% 늘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