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인도의 4배나 됩니다." "한국의 인건비는 미국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R&D분야 이머징 시장인 러시아에 비해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 최고기술경영자(CTO)들은 13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한국의 R&D 여건을 이같이 지적하고 "외국 기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R&D 인프라를 지원하고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R&D센터 국내 유치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이인희 한국쓰리엠 부사장 등 8명의 외국기업 CTO와 과기부,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인희 한국쓰리엠 부사장은 "한국이 일본 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R&D 투자 대상으로 꼽혀왔던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선 중국 인도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경직된 한국의 노동환경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신젠타코리아 이사는 "한국의 경우 인도에 비해 R&D 비용이 4배나 든다"며 "최근 본사에서 R&D 인프라 일부를 인도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환 씨너택코리아 사장도 "최근 본사에서 R&D 투자 대상으로 한국 대신 인도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에 육박하는 한국의 인건비가 최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수 한국IBM 연구소장은 "연구소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므로 한국이 이머징 시장인 러시아 등에 비해 유리한 여건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정부는 기술의 사업화 등 지원 대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문 한국오라클 부사장은 "오라클의 경우 이미 인도에 2천명,중국에 5백명 규모의 연구인력을 확보했다"며 "인도와 중국은 한국에 비해 인건비가 쌀 뿐 아니라 어학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보현 한국프라마스 이사도 "본사에서는 비용문제가 발생하면 한국과 대만의 현지연구소 가운데 대만쪽을 선호하게 된다"며 "한국의 연구소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소재 개발이나 기술자 육성을 위한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홍 에이에스이코리아 이사는 "한국의 경우 정부출연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하기가 쉽다"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기업에 각종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는 종합 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한국후지제록스 상무는 "한국의 경우 인건비는 비싸지만 연구 수준은 매우 뛰어나다"며 "소재 개발에 대한 지원 등을 확대하면 일본과 대등한 연구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스위스의 한 대기업과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키로 합의했다"며 "그들에게만 줄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이 유치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기협 안에 외국 CTO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