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이승일 과장(35).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 과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3년전 들어 놓은 적금이 어느덧 만기가 돼 3천만원이라는 목돈이 굴러 들어온 것이다. 평소 '금융 재테크의 고수(高手)'라고 자칭해 오던 이 과장. '드디어 실력발휘할 때가 됐다'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내 기필코 3천만원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리라.' 저금리 시대,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다 줄 금융상품을 찾기 위한 이 과장의 '금융상품 사냥'이 시작됐다. 시작은 은행 창구였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얼마죠.(이 과장)" "전결금리(지점장이 주는 보너스 금리) 포함 최고 연 4.3%입니다.(창구직원)"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천만원을 맡겨봐야 매달 받는 이자는 8만9천7백원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정기예금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옆 창구로 눈길을 돌리니 '하이브리드 채권(채권형 신종자본증권) 판매, 연 7%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하이타이는 들어봤어도, 하이브리드는 또 뭐란 말인가.' 연 7% 이자를 준다는 말에 '혹한' 이 과장은 하이브리드 채권 공부에 나선다. 10분간 창구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하이브리드 채권이 △만기 30년짜리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분리과세,세금우대 등이 적용되는 채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기예금보다 최소 2.5%포인트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이 과장은 1천만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돈을 맡기려는 순간, 은행 직원은 이 과장에게 '중대한 사실'을 알려준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은행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이자를 받지 못하며 은행이 보통주에 대한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이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위험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risk,NO gain)'고 하지 않았던가. 거래은행을 믿고 과감히 1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하이브리드 채권에 대해 얘기하자 아내는 화를 버럭냈다. "그래도 이자 지급이 안전한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야 한다"는게 아내의 주장. 쥐꼬리만한 월급을 갖고 아이들 교육비 내고 저축도 해야 하는 아내로서는 당연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다음날 은행 창구를 다시 찾아가 '뭔가 특별한' 정기예금이 있는지 알아봤다. 상담 결과 '특판예금'이 제격이란 결론을 내렸다. 은행들은 이자 외에 각종 서비스나 보너스 금리를 추가로 주는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었다. 1천만원은 결국 특판예금 가입에 사용됐다. 은행에서 나온 이 과장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년 말 송년회 이후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친구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밝고 윤기가 흘렀다. 최근 석 달간 주식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게 친구의 자랑. 순간 이 과장은 남아 있는 1천만원은 주식투자에 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박'과 함께 존재하는 '쪽박'의 가능성이 머리 속에 떠오르자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다면 원금 손실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과장의 금융 재테크 지식이 총동원됐다. 이어 내려진 결론은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 카드사 후순위 전환사채, 투신 간접투자상품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은행이 판매하는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은 주가가 오르거나 내려도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카드사 후순위 전환사채는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을 뿐더러 향후 해당 카드사가 상장하면 시세 차익을 크게 낼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이 과장의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각 상품을 좀 더 비교해본 후 향후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조만간 고르자'는게 이 과장이 내린 결론이었다. 평소 금융 재테크 공부와 실천에 적극적인 이 과장. 사실 이 과장이 이처럼 공격적인 금융 재테크에 나서는 이유는 따로 있다. 3천만원을 효과적으로 운용, 마흔이 되기 전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마침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구입 자금의 70%를 20년간 저리로 빌려주는 '모기지론'을 도입한다. 이 과장의 금융 재테크가 위력을 발휘, 목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모기지론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이 과장의 꿈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금리 시대에 주어진 상품 중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게 필수적이지만 말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