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11일 현대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됨에 따라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자금이 마침내 검찰수사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권 전 고문은 16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천 교통정리를 막후에서 주도했고, 선거자금 조달에도 영향력을 미쳐온 것으로 알려져 여권의 총선자금을 둘러싼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사정의 칼날이 당시 주요 당직을 맡아 총선 전면에 나섰던 동교동계를 겨냥할 것으로 보이며 뒤이어 일선에서 후보자 자격으로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던 일부현역 의원들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도 없지 않다. 16대 총선에서 각 정당과 출마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관련 비용은 1천964억원으로 민주당은 이중 가장 많은 620억원을 신고했고, 한나라당 326억원, 자민련 261억원, 민국당 80억원, 한국신당 9억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에선 원내의석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폈고, 선거구를 A, B, C, D급으로 분류해 수도권과 영남 등 A급 전략지역의 경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선거자금이 지원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검찰 주변에선 현대측으로부터 당시 여권에 넘겨진 비자금이 적게는 수십억원,많게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되고 있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총선현장에서 실제 쓰인 자금의 규모 등도 얼개가 드러날 전망이다. 물론 권 전 고문과 16대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했던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은 불법 선거자금 지출 사실 자체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권 전 고문측은 1997년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정치자금 문제에 있어서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해왔고 직접 돈을 만지는 일을 피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전 고문은 2001년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한보사건을 "일생일대의 오점"으로표현하면서 "돈은 당에서 취급하고 나는 관리만 했다"며 자금의 흐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상의 일은 하지 않았다고 강변한 바 있다. 김옥두 의원도 최근 "16대 총선은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치렀다"며 여러차례강변했고, 또다른 동교동계 실세 역시 현대 비자금 연루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한편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일선에서 선거자금을 사용했던 16대총선 후보들의 경우에는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여서 사법적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율사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설사 돈을 받았다해도 어떤 돈인지 모르고 받았을 것이고, 돈 받은 액수를 정확하게 신고 안한 것이 죄가 된다해도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라며 "검찰이 정몽헌(鄭夢憲) 회장으로부터 `+α' 부분에 대한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