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5년차 생산직의 연봉이 6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큰 폭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자 산업계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수준에 맞지 않는 고임금으로 몇 년 안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현대차의 임금 수준은 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일까. 물론 절대액으로 볼 때 현대차의 임금은 아직 선진업체에 비해 적다. 작년 기준으로 볼 때 현대차의 인건비는 4만달러를 갓 넘은 수준. 미국의 GM은 6만달러 수준이고,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8만9천∼9만6천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현대차와 경쟁업체의 지난해 1인당 인건비를 구매력평가 환율 기준으로 분석해 봤다. 구매력평가 인건비란 근로자가 임금을 받아 실제로 일상 생활에 얼마나 보탬이 되느냐를 파악해 보는 방법이다. 결과는 미국의 GM보다 많고 일본 도요타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 현대차는 6만6천7백10달러로 GM의 6만달러, 포드의 6만8천1백40달러, 도요타의 6만6천8백92달러와 다를 것이 없다. 혼다의 7만2천4백28달러에 약간 못미칠 뿐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인상분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 될 건 뻔하다 연구소가 국민소득과 비교한 인건비를 계산해 봤다. 여기선 현대자동차가 단연코 1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대차의 지난 2001년 1인당 인건비는 3만2천4백1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의 3.6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9만6천1백75달러)는 2.9배, 도요타(8만8천8백24달러)는 2.69배, 포드(6만6천7백37달러)는 1.87배 수준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5만4천98달러)은 1.51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으론 현대차 1인당 인건비가 4만2백61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의 무려 4.02배에 이른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도요타 노조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는 것.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올해 8.6%(기본급)의 임금인상률을 관철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2000년 7.32%에서 2001년 9.03%로 높아지는가 싶더니 지난해에는 6.29%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도요타는 6.41%에서 9.03%, 9.85%로 줄곧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노동생산성(자동차를 생산하는데 걸린 시간)만 봐도 그렇다. 현대차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1인당 30시간이 소요되지만 포드는 26.14시간, GM은 24.40시간, 닛산은 16.83시간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4만9천명(관리직 포함)의 종업원으로 1백70만대를 생산했지만 도요타는 일본 국내에서 6만5천명(관리직 포함)의 종업원이 3백48만대를 생산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금인상과 관련, "임금인상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파업에 따른 손실보전 차원이어서 실질적 인상이라 보기 힘들고 고강도의 잔업과 특근 등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면서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현대차 노조가 과도한 임금인상을 얻어냈다고 왜곡하는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파격적인 이번 임금인상이 현대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 나아가 전체 산업의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노조가 간과해선 곤란하다. 당장 임금협상 중인 GM대우차나 기아차는 현대차의 임금인상률을 기준으로 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