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의 지원으로 성장한 중국 IT(정보기술)업체들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어 '부메랑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휴대폰은 5년내 중국이 한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메모리반도체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한국이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야도 시시각각 중국이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 진출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기술이전과 국내 핵심인력의 유출이 그 배경이다. KOTRA는 6일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의 휴대폰 생산기술이 한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이미 자국내 시장점유율을 51.3%까지 높인데 이어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토종 휴대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 11.39%에 불과했다. 닝보버드 TCL 콩카 등 중국의 대표적 휴대폰업체들은 대부분 한국업체들로부터 제품과 기술을 지원받아 성장한 케이스. 닝보버드는 세원텔레콤을 비롯 LG전자 팬택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던 업체. 이 회사가 최근에는 홍콩에 해외사업총괄본부를 세우고 올해 판매 목표량 1천5백만대 중 1백만대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소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해외진출을 가시화했다. TCL은 팬택과 스탠더드텔레콤,콩카는 텔슨전자 등으로부터 각각 제품을 공급받아왔다. 이들 회사는 최근 홍콩과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현지의 이동전화사업자와 판매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합작한 커지엔도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업체들은 국내업체로부터 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나 ODM(자체개발주문생산)방식으로 공급받아 자체 브랜드를 키운 것은 물론이고 기술도 제공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LG경제연구원의 조준일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요구로 현지 업체와 제휴해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며 "이제는 중국업체들의 부상이 중소업체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선발 휴대폰업체들은 자사 연구원들이 이직하면서 기술을 중국업체들에 유출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TFT-LCD분야에서는 지난해 하이닉스반도체의 자회사였던 한국의 하이디스를 인수한 중국신동방(BOE)그룹이 자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TFT-LCD사업에 뛰어든다. 중국 신동방그룹은 하이디스의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베이징에 5세대 TFT-LCD공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현지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BOE 측은 초기 투자비 약 12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운 뒤 오는 2005년 상반기부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업계에서도 국내 핵심기술이 빠져나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연구소장을 맡았던 김 모 부사장은 지난해 중국의 한 메모리반도체업체에 스카우트돼 기술 개발 및 생산라인 구축에 중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하이닉스의 미국 유진공장 설립 등을 담당했던 핵심인력 중 한 명이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중국의 파운드리업체 HSMC와 시스템업체인 SSMC 등 일부 업체들이 한국 인력 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재윤 연구위원은 "중국이 방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외국기술을 끌어들여 IT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브랜드가치를 키우지 않으면 쉽게 중국업체들의 추격을 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태웅 기자 red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