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전 통신 등 '정보기술(IT)주'는 명실상부한 한국 증시의 대들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등 한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ㆍ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0순위'로 IT주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경기회복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와 한국 모두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어서 이들 주식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만한 때가 됐다.



◆ 반도체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 1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데다 D램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주력제품인 256M DDR400값은 지난 5월 개당 3.57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4.88달러를 기록했다.


6월중엔 한 때 5.2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인텔의 신규 칩셋(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반도체를 연결하는 부품)이 발표되면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세계 IT 경기가 PC를 중심으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지에선 통상 9월부터 신학기 PC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D램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도 "최근 D램값 강세는 경기회복을 노린 투기적 선취매 측면도 있었다는 점에서 실수요가 늘어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추세상으로 볼 때 D램 가격은 장기적으로 개당 7달러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 액정표시장치(LCD)


지난 2∼3년간 계속돼 온 '침체' 상태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승일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가 기존 5세대 라인을 증설하는 것 외에 차세대인 6∼7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량생산으로 인해 제품 판매단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따라서 제품가격 하락이 소비자들의 잠재수요를 얼마나 촉발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련 업체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관건이 되고 있다.



◆ 가전


지난 2분기가 '바닥권'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SK증권은 상반기 가전 내수시장 규모는 가계 부채 증가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 늘어나는데 그친 6조9천억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반면 수출 규모는 이라크전과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15.4% 증가한 62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전우종 SK증권 연구원은 "대형 디지털TV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자부품


아직 '바닥권 탈출'을 낙관하긴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배승철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던 내수경기 부진과 사스 여파에 따른 수출 감소 현상이 개선될 조짐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 대표종목인 삼성전기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배 연구원은 그러나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며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통신 서비스


선두주자와 후발주자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분기에 '깜짝 실적'을 기록한 반면 KTF LG텔레콤 등 후발이동통신 사업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통신 서비스사업의 특성상 하반기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주가 상승 탄력의 경우 다른 IT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주는 대표적인 경기둔감주로 상승장에선 실적개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특히 가입자가 포화 상태여서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통신 증자를 둘러싼 통신업계의 갈등 등 '통신 3강체제'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고연정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선발주자로 관심 종목을 압축하는게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 통신부품


매출과 수익성 모두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의 경우 3분기부터 컬러카메라폰 같은 고기능 신규단말기가 대거 출시돼 '단말기 세대교체'로 인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수출 시장도 유럽 미국 중국 등지에서 새 단말기 수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상반기 재고가 쌓여 있는데다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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