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지난 6월25일부터 40여일간의 초장기 파업으로 약 2조여원의 생산 손실과 수출 차질 등 막대한 경제피해를 입히면서 회사측을 밀어붙여 경영참여,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고율의 임금인상 등 거의 모든 것을 쟁취했다. 현대차 노조는 참여정부의 친노적인 색채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지원 등을 업고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주5일 근무제와 노조의 경영참여,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노동계의 3대 정치이슈까지 대부분 관철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이처럼 전체 노동계를 대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산별노조(금속노조) 가입을 거부함으로써 기득권 수호적이며 집단이기주의적인 자세를 보였다. 현대차 노조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금속노조 소속 여러 중소기업들과 임금인상 수준 등을 조율해야 하고 이 경우 자신들의 임금 고율인상 전략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가입 찬반투표를 통해 '거부'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정규직 58세 정년보장까지 얻어냄으로써 겉으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론 자신들의 일자리 보장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놓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규직 자리보전이 종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만큼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비정규직들의 반발은 필연적이다. 3만9천여명의 현대차 노조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극대화하는 '귀족노조의 길'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며 노사 양측 모두에 압력을 넣었지만 수출과 내수공급 차질 등으로 다급해진 회사측이 더욱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친동생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 충격도 현대차 사측이 노조에 대폭 양보하면서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짓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율의 임금인상(기본급 8.6% 인상)을 관철시킴으로써 중소기업들과의 임금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의 평균 임금(연봉)은 5천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영세 협력업체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