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유상증자안이 5일 주총에서 부결됨에 따라 LG그룹 통신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는 유상증자안을 통과시켜 하나로통신을 인수한 뒤 데이콤 등 계열사와 통합,생존을 모색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증자 무산으로 '통신 3강 구축'이란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를 재추진할 계획이지만 주요 주주간 의견차가 극명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통신사업 차질 LG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주총 결과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LG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뾰족한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정홍식 통신사업총괄사장은 "이번에 증자가 무산되면 통신사업 철수를 건의하겠다"며 배수진을 칠 만큼 하나로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LG는 하나로통신을 인수한 뒤 데이콤 파워콤 LG텔레콤 등 계열 통신회사와 유무선전화,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저가에 판매하는 한편 정부의 비대칭 규제 정책을 바탕으로 통신 3강의 자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선 3백만 가입자를 확보한 하나로통신 인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지분으로는 하나로통신 경영권 장악이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를 선뜻 수용하기도 어렵다. LG는 1대 주주로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3일 SK텔레콤은 실권주를 외국인에게 배정하는 유상증자안을 제안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지만 LG입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권주가 외국인에게 전량 배정되면 1대주주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데이콤과 파워콤 LG텔레콤만으로는 특별한 시너지효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LG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로통신 향방 이날 주주총회에서 윤창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 하나로통신 신임 사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지난 3월말 이후 계속된 경영 공백 상태는 막았다. 신임 윤 사장은 "주주사 및 산업은행 등과 협의해 약 3천억원의 긴급 자금조달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른 시일안에 이사회를 열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외자유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주주사들도 하나로통신이 단기 유동성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기업어음(CP) 매입이나 지급보증 등 다각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22일 1억달러 규모의 하나로통신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만기 도래로 인한 유동성 문제 등 단기적 위기는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주요 경영 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주요 주주간 갈등이 생길 소지가 커 장기적인 회사 비전이나 영업전략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외자유치안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또 한번 힘겹게 주주사를 설득해야 한다. 신임 윤 사장은 독립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LG와 삼성 SK간 근본적인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하나로통신의 법정관리 및 후발업체 동반부실 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