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야외 오페라 공연붐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에서 제작한 대규모 오페라를 해외로 '역수출'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어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형 오페라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공연기획사들이해외 유명 오페라단이나 제작진을 국내로 초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접 제작한 작품을 해외에서 공연하려는 시도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것. 4일 공연계에 따르면 국내 야외 오페라 제작 열기에 불을 댕긴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투란도트」제작팀은 지난 5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공연 경험을 발판 삼아 내년 하반기 해외 순회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출을 맡았던 장이모 감독과 해외 순회공연을 위한 계약을 최근 마쳤으며 내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오는 2008년까지 도쿄, 파리, 로스앤젤레스, 뉴욕,시드니, 토론토 등 6개 도시를 순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투란도트」의 공동제작자 중 하나였던 한전아츠풀센터 박평준 기획본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기술진을 포함한 제작 전반을 국내에서 맡아 이를 해외로 수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현재 도쿄는 내년 하반기,파리는 2005년 9월에 공연을 하기로 구두 합의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연 기획사인 CnA코리아(대표 배경환)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세계 5개국 순회 공연을 목표로 최근 오페라「카르멘」에 대한제작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CnA코리아는 오는 9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오페라「아이다」를 기획한 바로 그 회사로,「카르멘」은「아이다」에 이은 CnA코리아의 두번째 작품. 역시 대규모 야외 작품으로 기획되는「카르멘」은「아이다」와 비슷한 60-70억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내년 5월 15-16일, 19-20일 4회 일정으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한 뒤 곧바로 해외 투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CnA코리아가 출연진 캐스팅, 무대 및 소품, 의상 등 제작 전반을 직접 맡고 현재 주인공인 돈 호세 역에 세계적인 신예 테너 호세 쿠라, 연출에 역시 전설적인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인 쟌 카를로 델 모나코 등 주요 출연진과의 계약도 마친 상태다. 「아이다」에 낙타, 코끼리, 말 등 수십마리의 동물이 직접 출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카르멘」에서도 실제 투우 장면을 20분 정도 연출할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A코리아측은 "이번 공연은 우리가 만든 대규모 오페라를 해외로 역수출하는전례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해외 수출 과정에서 언어, 제작비 등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유럽의 유력 매니지먼트사와 계약, 제작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제작사(투란도트, 카르멘) 모두 오페라라는 '만국 공용'의 장르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출연진으로 내세운 브랜드 파워, 보기 드문 화려한 볼거리 등을가미한다면 해외에서의 공연 역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평준 본부장은 "장이모의 '투란도트'의 경우 이미 2000년 일본 NHK홀에서 공연돼 일본 오페라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린 바 있는 '검증된 작품'이라며 "특히 '장이모'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상품 가치는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외작품 수입에만 의존하던 우리나라가 이렇듯 대규모 오페라 제작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기존 공연계에서는 공연예술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한편으로 우려의 시선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투란도트'가 실제로는 그리 돈을 많이 벌지 못했는데도대규모 야외공연에 대한 지나친 거품이 생겨 버렸다"며 "아직 우리가 오페라 제작에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쌓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이같은 시도가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치중돼 있다는 점 등은 지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