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4일 투신자살한 가운데 `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김영완씨의 자진귀국 여부도금명간 결론날 예정이어서 이번 주가 검찰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고비가 되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을 애도하는 뜻에서 일단 정 회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일시 중단하고, 김영완씨에 대한 귀국 유도와 계좌추적 작업에만 주력키로 했다. ▲김영완씨 귀국 설득 = 검찰은 지난달 22일 `비자금 150억원'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 돈의 돈세탁 등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김영완씨를 자진귀국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김씨의 부동산과 유동자산 등 국내재산을 파악, 150억원 뇌물수수 사건의 공범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와 증거보전 차원에서 가압류 조치 등을 취하면서 김씨를 압박했다. 다른 한편에서 검찰은 김씨가 2주전 선임한 변호인인 Y변호사와 접촉, 김씨가자진귀국을 하지않을 경우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 등을 통해 강제귀국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측 변호인인 Y변호사도 지난달 26일께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건너가 김씨와귀국여부를 놓고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종 결론은 오는 6일께 내려질전망이다. 만약 김씨가 귀국하게 되면 `비자금 150억원'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건네지게 된 경위 등에 수사는 물론 이 돈의 세탁과정 등이 상당 부분 밝혀질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의 갑작스런 자살이 김씨의 귀국 여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전긍긍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 소환조사 =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31일, 8월 2일 등 최근 3차례 정회장을 소환, 조사했으며, 4차 소환일을 정하진 않았지만 필요시 이르면 이번 주중에라도 재소환을 통보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150억원'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해 신문이 이뤄졌으며, 조사는 남기춘 중수1과장이 담당했고, 조사과정에서의 강압적 추궁 등은전혀 없었다고 거급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시종 흐트러지지 않은 채 반듯하고 단정한 자세로 조사에 임했었다고검찰은 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러나 정 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검찰이 150억원 외에 별도의`현대비자금'에 대한 강도 높은 신문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검찰은 그간 정 회장 외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람들을 소환 조사해왔다고 밝힌 점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와관련, 검찰은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정 회장이 3차례 소환 조사 과정에서 어떤 신문이 있었고, 정 회장의 진술이 무엇이었는 지 등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았으며, 다만 특검조사때 진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검찰의 설명에 비춰보면 정 회장은 2000년 4월초 박 전 장관으로부터 김영완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같은달 중순 이익치 전 회장을 시켜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 카지노, 면세점 등 설치를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1억원권 CD 150장을 박 전 장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 돈이 박 전 장관에게 정확히 전달됐는 지를 김영완씨에게 전화를걸어 확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입장을 취했다. 검찰은 정 회장의 타계로 `비자금 150억원'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미 `북송금' 특검팀 수사과정에서 충분히 신문조서를 남겼고, 검찰에서도 3차례 진술조서를 작성한 점으로 미뤄 박 전 장관의 150억원 수수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150억원' 계좌추적 =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김영완씨 귀국유도와 함께 가장 공을 많이 들였던 부분이 150억원의 흐름을 쫓는 작업이었다. 검찰은 전문 계좌추적반을 동원, 150억원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 작업과 함께 돈세탁과정에 개입한 사채업자 등을 소환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150억원 중 상당 규모의 돈이 최종 어디에 귀착됐는 지를확인했으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1억원짜리 CD 150장이 김영완씨의 돈세탁된 현금 150억원과 애초부터 `바꿔치기'됐다는 시나리오가 맞는 사실인 지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언급, 계좌추적해야 할 돈이 적지않게 남았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