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투신자살로 대검 중수부가 지난달 22일 본격 착수한 '현대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 수사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00년 4월 중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백50장을 건넸다는 사실이 송두환 '북송금' 특검팀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번 정 회장의 투신 자살에 대해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 ◆현대 비자금 수사 경과=송 특검팀은 지난 6월말 수사기한 만료로 '비자금 1백50억원'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해 박 전 장관의 공소장에서 1백50억원 뇌물수수 혐의를 제외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현재 검찰에 맡겨진 상태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20명 안팎의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또 1백50억원과 관련된 광범위한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며 박 전 장관의 수수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찾기에 주력해왔다. 이와함께 1백50억원 전달 과정과 돈세탁에 깊숙이 관여한 김영완씨(미국체류)를 자진 귀국시키기 위한 설득 작업을 병행해왔다. 검찰은 이번주까지 계좌추적 작업을 어느 정도 끝낸뒤 이르면 내주중 정 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1백50억원이 건네지게 된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이 갑작스럽게 자살함에 따라 정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능하게 돼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게다가 김영완씨 귀국여부도 불투명하고 1억원짜리 CD 1백50장도 애초부터 돈세탁된 김영완씨의 현금 1백50억원으로 '바꿔치기'됐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정 회장의 자살로 인해 이번 수사가 미궁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검찰은 4일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와 2주전부터 김씨 변호인을 통해 접촉,자진 귀국을 설득중"이라며 "김씨의 귀국 여부는 이르면 오는 6일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수사 전망=검찰은 김영완씨를 조기 귀국시키기 위한 노력과 1백50억원의 행방을 좇는 작업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영완씨가 귀국하거나 1백50억원 계좌추적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정 회장이 이미 특검 조사 과정에서 1백50억원 전달과정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해놓아 박 전 장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회장이 아니더라도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CD를 만들어 이 전 회장에게 건넨 김재수 전 구조본부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