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4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김한정 비서관으로부터 정 회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은 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다. 김 비서관은 좀더 상세한 내용을 보고하자 김 전 대통령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정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 조화를 보냈으며 임동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대신 보내 조문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 회장의 자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현대가 그간 남북간 교류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DJ 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한 고위 인사는 "지난 1일 특검 재판에서 정 회장이 대북 송금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증언을 했다"며 "특히 정부 지원금으로 알려진 1억달러는 북한이 끝내 내주기 싫어하던 통신사업권을 획득하는 조건으로 현대가 욕심을 낸 부분이고 4억5천만달러 전부가 사업투자금 성격으로 지불한 것이라는 증언이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