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떠나는 외국선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 구상 실현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부산항을 중국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환적기지로 활용해 오던 차이나시핑, MSC 등 외국 선박회사 2개사가 올해 5월 중순 이후 톈진 다롄 등 북중국 항만으로 환적기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14위 컨테이너사인 차이나시핑의 경우 3척의 배가 톈진 다롄 칭다오 등지에서 부산항을 거쳐 미국 LA, 오클랜드 노선을 운항했으나 지금은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직기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선복(뱃짐)량 세계 2위인 스위스 국적 MSC사(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역시 미주항로의 경우 환적기지를 최근 부산항에서 중국 닝보항으로 대체시켰다. 2개 선사의 환적지 변경으로 올해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은 당초 계획보다 16만5천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줄어 작년에 비해 9~15% 가량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환적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면 2백달러의 항만수입이 생기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4백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항은 98년 이후 환적화물 증가율이 연평균 30%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의 경우 전체 컨테이너 처리 물량 9백40만TEU 가운데 환적화물 비중이 41%를 차지했었다. 외국선사들이 부산항 환적을 중단하는 것은 부산항의 야적장 면적이 좁아 화물처리 공간이 부족한 때문으로 지적됐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의 주요 항만들이 항만사용료 할인 등을 내세우며 환적화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부산항을 위협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등 노조 문제도 환적항 변경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올 상반기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작년 동기 대비 35.1% 증가했으나 부산항은 15.5% 늘어나는데 그쳤다. 무역협회 동북아물류실 허문구 차장은 "중국 수출입 물동량의 급증과 경쟁국 항만들의 치열한 환적 유치경쟁으로 국내 항만 이탈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부산항 광양항 등 국내 항만시설을 동북아 허브 항만으로 조성하기 위한 정부 및 관련 업계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