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심해지면서 불요불급 상품인 건강식품과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자동차 가전 가구 등 내구소비재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반면 주5일근무제 수혜업종인 학원 레저 부문의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가 자사 카드회원 2천5백만명의 올 상반기 카드결제액(현금서비스 카드론 제외)을 분석한 결과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비씨의 자료는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카드결제 감소 업종 비씨카드에 따르면 건강식품 구매 결제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결제 금액이 51.0%나 감소했다. 비씨카드 회원에 국한된 분석이긴 하지만 다른 카드사 회원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불경기일수록 자신의 건강을 위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인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구입 결제 규모도 작년 상반기에 비해 30.5% 줄었다. 불황 때 자동차 교체나 신차 구입을 꺼린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가구와 가전 구입도 1년 전보다 각각 20.8%와 19.2%씩 감소했다. 유흥업소 카드 사용도 9.3% 줄었다. ◆카드결제 증가 업종 주5일근무제 확산 등으로 카드 사용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학원이 대표적이다. 회사원 등이 주5일제 근무로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에 필요한 학원수강 비용을 작년보다 49.6%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어학 자격증 취미 등의 과목이 많이 늘었다. 레저 업종도 같은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상반기보다 카드 결제가 17.2%나 늘었다.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주유소 음식점의 카드 결제도 다소 늘었다. 의료기관(16.7%) 보험료(13%) 부문에서 카드 결제가 늘어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는 '카드 기피현상이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통업종은 엇갈려 유통업종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백화점에서는 카드 결제가 20.2%나 감소했다. 불경기로 가계소득이 줄자 소비자들이 백화점 구매를 줄인 탓이다. 주요 백화점들은 상반기 매출이 5∼10% 감소했다고 발표했으나 카드 결제는 이보다 더 많이 줄었다. 백화점과 달리 전자상거래와 홈쇼핑은 작년 상반기에 비해 카드 결제 금액이 각각 23.3%와 7.6% 증가했다. 대형 할인점도 5.1% 늘었다. 전자상거래와 홈쇼핑은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