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0만대 생산목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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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딜러들이 2천대의 주문을 취소했습니다.선불 주문을 받은 엑센트 1천5백대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이곳 딜러들의 항의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고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현대차 조립 생산법인인 '돈인베스트(Doninvest)'측이 지난 25일 현대차에 보낸 공문 내용이다.
이 법인의 미하일 파라모노프(Michael Paramonov) 회장은 지난 14일 이후 공장가동 중단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7월말까지 조립 물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8월 한 달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간 6만대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는 현대차 터키공장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현지공장 자파르 알림(Zafar Alim) 생산본부장은 "공장이 조업을 중단할 위기를 맞았을 뿐 아니라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며 "가동 정상화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는 물론 생산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터키 측의 '희망'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협상은 결렬됐고 근로자들은 이미 여름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다.
◆2백만대 생산 물건너 가나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해외공장들의 가동 중단으로 올해 국내외에서 총 2백만대를 생산해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현대차의 경영청사진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2백만대 생산'은 현대차가 오는 2010년 글로벌 5백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올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중간 목표였다.
하지만 다음달 초 근로자들의 휴가가 끝나고 노사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협상타결 시점이 불확실해 해외공장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동을 중단한 해외 공장들의 경우 지금 당장 협상이 타결돼도 부품 선적 등의 일정 때문에 8월말까지는 정상적인 조업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수출 독려로 남미시장에서 어렵사리 따낸 3만대의 주문도 납기를 맞추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실추되는 브랜드 이미지
그동안 현지 재고분으로 버텨온 수출 부문도 대미 수출분 5만여대를 포함해 총 6만3천여대의 선적이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 딜러들 사이에는 선진국 시장에 어렵사리 쌓아온 신인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시장 딜러들의 경우 상반기 중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무이자할부 판매 등 공세적 마케팅과 맞붙어 선전해 왔으나 장기 파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반기 중 내수시장 부진을 수출 확대로 메워왔던 현대차로서는 하반기 수출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