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 거주하는 이정희씨(57)는 한글신문인 '고려일보(전신 레닌기치)'에서 기자로 40여년간 활동한 언론인이다. 지난 65년부터 '아름다운 심정''목석 남편을 섬기는 여자'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이며 희곡작가이기도 하다. 이씨는 러시아어로 글을 쓰고 책을 내면 벌써 인기 작가가 될 수도 있었지만 한글과 우리말을 고집하고 있다. 25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주최 문학심포지엄에 참가한 이씨는 "처음엔 한글의 우수성에 매료돼 우리말과 글을 고수했지만 지금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말과 글을 살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3년과 89년 방북한 이씨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룰 수 없다는 북한측의 요구로 풍경과 역사 등 기행문 형식의 글을 썼었는데,마치 그때의 기억이 어렸을 때 사할린에서 보았던 기억과 너무 흡사해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7년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온 이씨는 90년 단국대에 재학 중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불운을 겪었고,딸도 결혼해 캐나다로 이민했지만 고려인들에게 말과 글을 보급하는 등 '한글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집필을 시작한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역사를 담은 '희망은 마지막으로 떠난다'를 내년까지 완성해 국내에서 출간하겠다는 이씨는 "고려인 3,4세들이 우리말과 글을 쓸 수 있도록 고국이 많은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