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에서 전업작가로 변신한 '시 킴(Ci Kim)'이 오는 30일부터 천안의 명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회화 오브제 설치 비디오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 킴의 본명은 천안고속버스터미널과 백화점 멀티플렉스 갤러리 등을 운영하는 아라리오산업의 김창일 회장(52).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이지만 해외 미술시장에선 'Ci Kim'으로 통하는 '큰손' 컬렉터다. 이번 전시는 그가 사업가나 컬렉터가 아닌 전업작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시 킴은 이번 전시를 위해 3년 전부터 하루 여섯시간 이상 작업해왔다고 한다. 그는 미술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독학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흉내내는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그 단계를 넘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위에 페인팅을 한 'I Have A dream' 시리즈는 사업가로서의 인생을 접고 앞으로는 작가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백화점 윈도에 진열된 마네킹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 놓는가 하면 아르마니나 페라가모 의류에 물감을 흠뻑 칠하기도 한다. 기성품(레디메이드)을 소재로 삼는 그의 작품은 미국 '팝 아트'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레디메이드가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소유와 소비의 욕구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꿈인 물질적 풍요로움에 대한 갈망을 솔직하게 드러낼 뿐이다. 10월12일까지. (041)551-51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