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딸,남편과 아내,언니와 동생…. 출판계에 가족 경영이 늘고 있다. 대를 이어 출판 가문을 이끄는 이른바 '2세 경영' 체제도 있고 부부가 역할을 분담하는 '부창부수형'도 있다. 자매간 협력체제를 구축한 출판사도 있다. 국내 출판시장에서 가족경영 출판인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단행본 출판사의 선두주자인 민음사는 1966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박맹호 사장이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두 아들과 딸이 각각 자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큰아들 근섭씨는 민음사 상무이면서 황금가지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사장의 막내 아들 상준씨는 과학도서 중심의 사이언스북스,딸 상희씨는 어린이책 전문 비룡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문학세계사는 김종해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둘째 아들 요안씨가 기획실장으로 현업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요일씨는 최근 어린이책 전문 자회사인 아이들판 대표를 맡아 독립경영에 나섰다. 이들 3부자는 시인·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인 문인 출판가족이기도 하다. 또 범우사 윤형두 사장의 아들과 딸,열화당 이기웅 사장의 딸,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의 아들 등이 출판 명가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한길사의 경우 김언호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가운데 부인은 관리,아들은 전산,딸은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부부 출판인으로는 창해의 전형배 사장과 부인인 고성미 기획실장,미래의창 성의현 사장과 김성옥 기획실장,서해문집의 김흥식 사장과 이영선 실장,시아출판사의 김형성 사장과 남영애 관리역,청년정신의 양근모 사장과 송서순 디자인과장 등이 있다. 신생 출판사인 고요아침의 정성욱 사장과 교열을 책임지고 있는 이금남씨는 시인 부부다. 이산출판사의 강인황·문현숙 사장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오늘의책 최순철 사장과 엔크리스토의 김명숙 사장은 각각 별도법인을 이끄는 부부 경영자다. 부인이 대표를 맡고 남편이 편집이나 영업책임을 맡은 출판사도 많다. 틱 낫한 스님의 '화'로 밀리언셀러 행진을 하고 있는 명진출판의 경우 부인 안소연씨가 대표,남편 한상만씨가 상무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관심을 끈 문학수첩의 강봉자 대표와 김종철 주간,새물결의 홍미옥 대표와 조형준 주간도 같은 케이스다. 푸른숲의 경우는 김혜경 사장과 김수진 기획실장이 자매간이다. 이처럼 출판사의 가족 경영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업계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지식산업의 특성을 살리면서 출판 노하우를 계승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비용을 절감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갖출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장기적인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과 발탁인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