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의 대우버스 공장. 한창 버스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을 시간인 22일 오후 7시, 공장 생산동에 들어서니 대형버스 생산이 멈춰선 상태였다. 대우버스는 지난 18일부터 기어변속시스템과 바퀴축 등을 전량 공급해온 통일중공업이 노사갈등으로 납품을 중단하는 바람에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이대희 노조 안정실장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수년간 죽을 고생을 한 끝에 영안모자에 인수돼 겨우 숨통을 트는가 했는데 이번엔 통일중공업 파업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통일중공업은 우리 대우 버스 같은 고객회사가 쓰러지면 자신들도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빨리 조업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재 대우버스 사장은 "회사가 수년동안 비틀거리다 지난 4월 영안모자에 인수돼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데 통일중공업이 핵심 부품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 사장은 "부품 공급 중단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공장생산은 완전 중단될 것"이라며 "외국바이어들이 주문을 끊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얼마 전 통일중공업 노조와 공장 책임자들이 찾아와 성실 거래 약속까지 해놓고 갑자기 아무 통보도 없이 공급을 중단해 버렸다"면서 "비즈니스상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현장 직원은 "올 들어 통일중공업이 예고 없이 세 번이나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버스생산라인도 가다섰다를 되풀이했고 그 바람에 생산성이 말이 아니다"면서 "통일중공업이 자신들의 내부갈등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같은 노동자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우버스 납품업체들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대우버스의 조업이 완전 중단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통일중공업 파업이 한시라도 빨리 풀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들은 "통일중공업은 자신들보다 처지가 못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배려해서라도 노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