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독일식 노사관계 모델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 방한한 바이엘 화학부문 울리히 코엠 회장은 20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며 "독일의 경험에 비춰볼 때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다 보면 의사 결정의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코엠 회장은 "특정 사안에 대한 노사의 견해가 같다면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많은 경우 노사 양측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며 해답을 찾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며 "독일식 모델보다는 미국식이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가 경영진이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이익을 극대화할지 실무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경영의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의사결정 속도도 빠르다"며 "심지어 전화 한 통화로 중요한 경영 사안들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엠 회장은 "바이엘은 해외 투자를 할 때 소비자와의 접근성,투자비용,환경 친화성 등을 주로 고려한다"며 "아시아 시장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라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학산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력이 풍부한 곳보다는 소비자와의 접근성이 높은 시장을 선호한다"며 "한국은 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마켓"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까지 아시아 시장에 6천만∼8천만 달러를 투입해 건축용 셀룰로오스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투자처를 물색 중이며 한국도 후보에 올라 있다"고 귀띔했다. R&D 분야의 한국 투자 확대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R&D센터가 있는 일본시장은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니치 마켓(틈새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며 "조건만 맞다면 한국에도 연구센터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1863년 독일의 염료회사로 출발한 바이엘은 '책임감 있는 전문기업'을 모토로 내걸고 현재 세계 1백50여개국에 진출해있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2백96억유로(약 35조원)였으며 이 가운데 화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2%(33억유로)였다. 바이엘은 올초 각 사업 부문의 투명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고 헬스케어 폴리머 화학 농약비료 등 4개의 주요 사업부문을 독립시켰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