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로 예정됐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이는 최 대표가 최근 북한의 고폭실험 문제를 거론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추진했던 햇볕정책을 폄훼하고 대북송금 특검법안 처리를 주도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통령은 17일 비서실을 통해 "북핵문제를 둘러싼 최 대표의 최근 언사는 내용이 부당할 뿐 아니라 예의에도 어긋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최 대표와의 면담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고폭실험은 '국민의 정부'이전부터 그 정보가 입수되고 주시되어 온 사안으로 한국과 미국은 긴밀히 정보협력을 유지하면서 대북정책 수립에도 이를 반영해 왔다"며 "야당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한정 비서관은 이와 관련,"최 대표와의 면담이 어렵다는 뜻을 한나라당 측에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합리적 정국운영을 공언해온 최 대표의 최근 행보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직 국가원수를 '이적행위' 운운하면서 비난한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정부'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직을 지낸 관계자도 "북한의 고폭실험 정보는 미국측에서 주로 제공한 것으로 한·미 정보기관간에 매우 긴밀히 정보협력을 해온 사안"이라며 "미국측은 핵무기 개발과 직접 연관짓는데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면담거부에 대해 최 대표는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에는 변함이 없으며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우차원에서 나름대로 대접을 하기 위해 만나려고 한 것인데 만나거나 못만나거나 내 마음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 15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개발 사실을 알고도 대북지원을 계속해온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6일 대구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기 위해 고폭실험을 하는 것을 알고도 돈을 갖다줘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도록 이적행위를 했다"고 비난했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