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생활용품기업인 P&G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래플리의 경영스타일이 최근 미국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1류 기업의 대열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려 있던 P&G를 재임 3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는 7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래플리식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성급한 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임직원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 점"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미국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S&P500지수가 32% 하락할 때 P&G의 주가는 50% 넘게 상승했다. 올 2분기 순익도 업계평균(7%)의 두배에 가까운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2000년 6월 CEO에 오른 직후 그의 첫 주문은 간단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하라"였다. 지난 15년간 단 한개의 히트 제품밖에 내놓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개발을 강요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회사 임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그는 P&G의 변화방향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임직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그의 이같은 스타일은 P&G의 과거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다 실패한 전임 CEO 두르크 야거의 경영방식과 뚜렷한 대비를 이뤄,임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연구개발까지도 아웃소싱=비즈니스위크는 래플리가 이뤄낸 'P&G혁명'의 주 내용으로 △과감한 아웃소싱 △브랜드 확장 △철저한 경영진 평가 등을 꼽았다. 이중 아웃소싱은 래플리가 시도한 가장 과감한 변화다. 실제로 P&G는 올 4월 이 회사의 대표적 제품인 비누 생산을 캐나다의 한 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연구개발의 일부도 외부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했다. 이로 인해 현재 P&G는 신제품 아이디어의 20%를 외부로부터 얻고 있다. 브랜드 확장은 대표적 히트상품의 이름을 다른 상품에까지 확장 사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치약 제품명으로 쓰였던 '크레스트'는 이제 전동칫솔과 각종 치아미백제품에까지 쓰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