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작가들의 반란.' 요즘 해외 아트페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30∼40대다. 단순히 한두 점 팔리는 게 아니라 출품작 대부분이 매진되는 'sold out'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무명의 젊은 한국작가 작품이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 점 팔리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외국 컬렉터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더라도 화랑과 작가의 인지도가 없으면 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여건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매진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한다. 신예 조각가인 최우람씨(34)는 지난 6월 해외 아트페어로는 처음으로 바젤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물고기가 저절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인 'Ultima Mudfox' 2점을 출품했는데 개막 첫날 '빨간 딱지(팔렸다는 의미)'가 붙었다. 판매 가격도 한 점당 1만2천유로(1천6백만원)로 괜찮은 편이었다. 최씨는 "판매는 생각도 못하고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2점이 모두 팔려 나 스스로 놀랐다"고 말했다. 서양화가 배준성씨(37)는 출품작 17점 중 15점이 팔려 올해 바젤아트페어 국내 참가작가 중 히어로(hero)다. 현대 여성의 얼굴에 앵그르나 다비드 등 중세 귀족들의 옷을 입힌 합성작품이 특징이다. 사진에 그림 패션을 융합시킨 기법이 독특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해 바젤아트페어에서도 6점이 팔렸다. 배씨는 "출품작 외에도 한 스위스 고객에게서 자신의 가족사진을 합성으로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니멀 회화인 '점(Dot)' 시리즈로 잘 알려진 김찬일씨(44)는 올봄 시카고아트페어에 9점을 출품했는데 개막 첫날 매진됐다. 시카고아트페어의 전반적인 판매 부진에도 불구,김씨는 추가 주문 3점을 포함해 모두 12점을 팔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순례씨도 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아트페어에서 밀랍 등으로 제작한 인형 소품 20점이 매진된 데 이어 바젤아트페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철사로 나뭇잎 형태의 설치작을 선보인 정광호씨가,200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던 노상균씨가 각각 바젤아트페어에서 'sold out' 사례를 기록했다. 이처럼 30∼40대 젊은 작가들이 해외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에는 세계 경기의 침체가 한 몫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에 작품성을 갖춘 1만달러 이하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부장은 "30∼40대 신예작가들은 이미 해외 미술시장 개척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며 "이들의 눈부신 활약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