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점포 들여다보기] '프랜드리베이비 의정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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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품 전문점인 프랜드리베이비 의정부점(031-871-3353)의 유미희 사장(36).
2년전 식당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을때 그는 왕초보였다.
두려움이 컸다.
집안의 반대는 더 컸다.
"식당 하겠다고 좋은 직장 내팽개치다니…"라고 부모님은 혀를 찼다.
대기업계열 광고대행사의 잘 나가던 중간간부.
여성임원이 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건강이 문제였다.
몇년전 프리젠테이션 도중 실신한뒤 1년에 한번꼴로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5년만에 밝혀진 병 이름은 '섬유근육통'.
"'최고'가 될 수 없는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2년전 사표를 냈지요."
첫 사업은 찜닭 전문점.
한달동안 신발이 닳도록 먹자골목을 돌아다녔다.
"이거면 뜨겠다"고 무릎을 쳤다.
서울 도봉구 수유리 먹자골목에 찜닭 가맹점을 차렸다.
다행히 대박이 터졌다.
찜닭 인기가 천장을 칠때였다.
"10년 직장생활하며 번 돈을 찜닭 장사 1년만에 다 번 것 같았어요. 장사가 무섭긴 무섭대요."
그러나 먹는 장사만큼 유행을 타는 것도 없었다.
찜닭 전문점들이 급증, 제살깎기식 경쟁이 벌어졌다.
하루 2백마리까지 치솟았던 판매량이 점차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발빠르게 두번째 창업에 착수했다.
나름대로 기준을 세웠다.
"열정을 바쳐 일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유아용품 사업에 눈이 가더라고요."
찜닭집을 운영하면서 유아용품점 창업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갖가지 정보를 모았다.
본사가 상권을 보장해주고 품질이 만만찮은 '프랜드리베이비(www.fbeshop.com,02-477-5522)' 브랜드를 선택했다.
점포자리는 의정부역 근처에 잡았다.
역세권에 속하지만 목좋은 곳이 결코 아니었다.
점포권리금도 번화가인 중앙로(3억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
지난 5월초 가게 문을 열고 한달간 점포는 한산했다.
비까지 뿌리면 장사는 공을 쳤다.
임산부들이 나들이를 꺼리기 때문.
한달이 넘어서면서 장사가 본 궤도에 올라갔다.
이달 들어선 매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9일엔 하루 매출이 1백99만7천원을 기록했다.
이날 유 사장은 남편과 자축연을 열었다.
"열악한 점포입지 탓에 6개월 정도는 헤맬 줄 알았는데 매출이 예상외로 떠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유 사장이 한산한 틈을 이용해 수첩에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손님들이 알면 큰 일 난다"며 내민 수첩에는 고객정보가 가득차 있다.
일명 'KGB 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아이와 엄마 이름, 남편직업, 구매품목, 취향, 집 주소 등 상세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본뒤 혼자 있을때 기억을 되살려 KGB 수첩에 정보를 담는다.
"짬날 때마다 수첩을 들여다보며 고객정보를 외웁니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가면 고객 반응이 확실히 다릅니다."
판촉물 공세도 화끈하게 벌였다.
전단지와 상품 카탈로그,일회용기저귀(2장) 등으로 판촉물 세트를 만들어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 등에 집중적으로 뿌렸다.
한꺼번에 팔지 말고 쪼개서 파는 방법도 효과적이었다.
고객이 수첩에 적어온 품목중 일부를 나중에 구매토록 유도하며 부담을 덜어주는 식이다.
"요즘 신세대 엄마는 가격과 품질에 섬뜩하리만치 민감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의존하다보니 육아상식에는 허점이 많아요."
유 사장은 육아상식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있다.
풍부한 육아지식과 정보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까닭이다.
같은 상권안 유아용품 점포를 돌아보는 일도 빼먹지 않는 일과중 하나다.
경쟁 점포와 가격을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장사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내년쯤 의정부에 2,3호점을 더 낸다는 그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