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대통령의 기술혁신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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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최근에 만난 어느 기업인은 노동문제를 놓고 법과 정책이 따로 놀았을 때,무슨 네덜란드 노사모델을 들고 나왔을 때 '렛잇비'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법이 왜 있는 건지,현실을 무슨 이념이나 공식에 왜 꿰맞추려 하는지,무슨 구호가 그리 난무하는지,왠 시스템 타령인지 그의 목소리는 높았다.
누구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도 하지만 시장을 있는 그대로,기업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들쑤시지 안았으면 하는 바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이 어디 노동문제뿐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기술혁신을 말한다.
최근 참여정부의 경제비전 국제회의에서도 그랬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향한 △기술혁신 △시장(기업)개혁 △문화혁신 △동북아 경제중심 △지방화 등 5대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기술혁신을 첫째 성장전략으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기술혁신 이해는 어떤 것일까.
차세대 성장동력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사이에 절충이 안되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말이 차세대 성장동력이지 솔직히 말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들도 아니고,그동안 하고 있던 것들을 재포장한 데 불과하다.
단지 정권이 바뀌었고 그래서 주도권 싸움이 재연된 것뿐이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재포장의 끊임없는 반복,아무리 길어도 5년을 가지 못하는 사업에 지쳐버린 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연구는 뒷전인 채 이리저리 동원되는 것도 짜증나는 일인 데 그 과정에서 '이 부처 사람,저 부처 사람'으로 편가르기에 줄서기까지 강요당하고 있으니 이들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는 너무도 뻔하다.
정부출연연구소가 또 불안하다.
미국식 프랑스식 독일식 등 개혁의 솔루션이 그리도 많은지 정권만 바뀌면 무슨 통폐합이니 개편소리가 나온다.
DJ정권 때는 독일식으로 가야한다며 뒤집어 엎었다.
이번에는 어느 나라 식일까.
연구소가 마치 동네북이 된 것만 같다.
걸핏하면 흔들어 대니 남들은 국민소득 2만달러에 나타난다는 이공계 기피를 1만달러도 안돼 불러들인 진원지가 된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을 대통령으로 한다는 청와대 발표다.
민간인이 맡아 왔던 자리다.
자문받을 대통령이 자문회의 장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데 어찌 이해해야 할까.
이공계 정무직을 늘리겠다더니 있는 것도 줄이냐는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위원수를 3배로 늘린다고 한다.
청와대 보좌관이 사무처장을 맡고,장관들도 참석한다는 데 이것이 과연 자문회의에 그칠까.
지금 대통령이 장이고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뭐며 과기부는 왜 있는 건지 시스템은 복잡해져만 간다.
사공이 많고 위원회가 많아지면 기술혁신이 잘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결국 남은 희망은 기업의 기술혁신인가.
결론부터 말해 대통령이 기술혁신을 강조하다가 시장개혁을 말하는 순간 공허함이 밀려온다.
세상에 기술혁신과 기업규제완화,기술혁신과 기업자유라는 '정책 짝짓기'는 들어봤어도 기술혁신과 시장(기업)개혁이란 짝짓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죽하면 '기술혁신'이 '기술개혁'으로 들린다는 말까지 나올까.
기업의 자율 창의 모험정신 보장없이 기술혁신은 없다.
정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수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그 전에 업종별 세계 톱10기업이 최소 7개는 돼야 한다는 어느 컨설팅 보고서의 수치부터 되새겨 볼 일이다.
세계시장에서 기술혁신으로 경쟁할 후보들이 필요한 지금 무슨 시장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여기저기서 다양한 의미를 담은 '렛이비'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 목소리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