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의 '신용불량 내용'이 점차 '악성화' 되고 있다.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가 하면 1천만원이 넘는 고액을 연체해 신용불량으로 등록되는 '고액 연체 신용불량자'도 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다중채무자와 고액채무자가 많다는 것은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신용불량 악성화를 막기 위해선 초기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한 구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문어발 다중채무자' 증가 '경기침체'와 '현금서비스 한도축소'의 영향으로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후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다. 특히 10개 이상의 금융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문어발 다중채무자'는 지난 5월말 현재 32만7천3백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지난 1월말에 비해 43.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불량자 수는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신용불량자중 문어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 비중은 지난 1월말 8.3%, 3월말 9.4%, 5월말 10.4%로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1개 금융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비(非) 다중채무자'는 5월말 현재 1백1만2천8백43명으로 집계돼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비 다중채무자가 전체 신용불량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34.3%에 달했다. 즉 전체 신용불량자중 신용갱생의 가능성이 적은 '문어발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신용갱생이 가능한 '비 다중채무자'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 캐피털ㆍ저축은행 신규불량자 양산 캐피털사 관련 신용불량자수는 5월말 현재 74만1백25명으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46% 급증했다. 저축은행 관련 신용불량자수 역시 1년만에 1백49% 늘었다. 캐피털, 저축은행 관련 신용불량자수가 증가한 이유는 이들 업체가 지난해부터 대출카드(캐피털), 소액신용대출(저축은행) 영업을 무리하게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사별로는 LG카드를 쓰다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수가 가장 많았다. LG카드 신용불량자수는 지난 5월말 현재 76만8천1백67명에 달했다. 다음은 국민카드(74만7천6백35명) 국민은행(62만7천8백31명) 삼성카드(49만4천1백29명) 조흥은행(43만8천8백35명) 등의 순이었다. 자산규모가 클수록 신용불량자수도 많은 셈이다. 하지만 조흥은행의 경우 자산규모가 국민은행의 3분의 1임에도 불구, 신용불량자수는 국민은행의 3분의 2에 달해 '자산대비 신용불량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고액 신용불량자 늘어 전체 신용불량자중 1천만원 이상을 연체해 신용불량으로 등록된 '고액 연체 신용불량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말 현재 1천만원 이상을 연체한 신용불량자수는 총 2백11만4천2백60명으로 지난 1월말에 비해 16.7% 증가했다. 반면 1천만원 미만을 연체한 신용불량자수는 1백3만9천2백75명으로 지난 1월말에 비해 11.7%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5월말 현재 2천만∼3천만원 미만, 3천만∼5천만원 미만을 연체한 신용불량자수는 지난 1월말에 비해 각각 21%, 24%씩 증가하는 등 같은 기간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율(15%)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5월말 현재 연령대별 신용불량자를 보면 40대이상 남성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3%로 가장 컸다. 연령대별 신용불량자에서 특이한 점은 10대 여성 신용불량자수(2천8백1명)가 10대 남성 신용불량자수(2천6백85명)보다 많다는 점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유독 10대에서만 여성 신용불량자수가 남성을 초과한다"며 "소비욕이 왕성한 10대 여성을 위한 신용관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철규ㆍ김동욱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