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은 보험사의 지급금과 별개이므로 보험금의 위자료 내역에서 공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교통사고 소송에서 합의금의 일부를 보험금에서 공제해온 관행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14단독 연운희 판사는 6일 "형사합의금을 위자료로 보고 보험금에서 공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엄모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7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교통사고 보험금은 재산상 손해배상과 위자료,치료비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엄씨는 지난 2001년 6월 권모씨가 운전하는 버스에 치여 부인이 숨지자 가해자와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합의금 1천3백만원을 받되 이는 위자료가 아닌 재산상 손해배상이며 피고가 향후 갖게 될 구상권을 원고에게 양도한다'고 명시했다.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는 합의금 중 일부가 보험금에서 공제돼 나중에 가해자가 그 액수를 보험사로부터 되돌려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성됐다. 엄씨는 합의서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이 아닌 위자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합의금 일부를 보험금의 위자료에서 공제해 버렸다. 이에 엄씨는 피고를 상대로 '공제된 합의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으며 법원은 이번에 "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라고 명시했는데도 위자료로 판단한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며 "위자료로 공제된 부분만큼 엄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소송 대리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합의금이 보험금과 별도이고 합의금의 수혜자는 전적으로 피해자라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