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부동자금 700兆 육박" ‥ 삼성경제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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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단기 부동자금이 7백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중 실물경제 활동에 쓰이지 않는 과잉 자금이 1백39조원에 달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시중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식 '유동성 함정'을 부추길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단기 부동자금 급증의 실상과 해결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 부동자금이 국내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커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 급증하는 단기 부동자금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모두 6백8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96년(3백30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국내총생산(GDPㆍ약 5백90조원)보다도 15%가량 많은 규모다.
이 같은 단기 부동자금은 올 들어서도 증가세를 멈추지 않은만큼 현재는 7백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삼성은 추정했다.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 97년 4백조원을 넘어선 뒤 △98년 4백45조원 △99년 4백83조원 △2000년 4백99조원 등으로 조금씩 늘어나다가 지난 2001년(6백9조원)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삼성이 이번에 발표한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가계 기업 정부 금융회사 등이 갖고 있는 6개월 미만 유동성 단기상품을 합산한 것이다.
시중 단기 부동자금 규모를 추정할 때 주로 쓰이는 한은의 6개월 미만 단기 금융상품 총액(3백70조원 안팎)보다 3백조원가량 많은 이유는 한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은행의 기업자유예금과 가계저축예금, 제2 금융권의 단기상품 등을 모두 더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45세 이상이 단기 부동자금의 75%를 보유하고 있고, 소득수준별로는 상위 0.6%의 인구가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불안한 금융시장
단기 부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 과열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돌발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 부동자금이 한꺼번에 이동,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단기 부동자금 가운데 실물경제 활동과 무관한 과잉자금이 1백39조원에 달하는 것이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기조 하에서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하면 국내 경제 전반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단기 부동자금 증가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소멸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통화량을 늘려도 금리 변화가 거의 없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나타나지 않게 된다.
◆ 기업 투자자금으로 돌려야
단기 부동자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중복 규제를 통폐합하고 법인세율을 끌어내려 대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만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생산자금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 간접금융시장을 정상화하고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 및 장기채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최희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 부동자금을 투기 자금만으로 해석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며 "금융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해야만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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