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실패 증권사 탓만은 아니다" … 美법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년간 '투자자 오도' 혐의로 시달려온 월가 증권사들이 간만에 큰 시름을 덜었다.
소액 투자자들이 "리서치 보고서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미 연방법원이 잇따라 증권사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1일 1999년 인터넷 업체 24/7리얼미디어와 인털라이언트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메릴린치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원고들은 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천이 잘못됐다거나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재판을 담당한 밀튼 폴락 판사는 판결문에서 "막대한 인터넷주 거품의 책임을 증권사에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연방 증권관련 법률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잘못된 진술만 처벌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을 '고위험 투기꾼들'이라 지칭하면서 "이들은 연방증권 관련법을 고위험 투자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 주는 '투기보험'으로 왜곡되게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맨해튼 연방법원의 다른 재판부도 인터넷업체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골드만삭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 모건스탠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비슷한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증권사의 투자은행부문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점은 인정되나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수정했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재판은 올 4월 월가 10개 증권사들이 투자자 오도 혐의로 총 14억달러의 벌금을 지불한 이후 열린 첫 민사소송으로 관련 업계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진행될 유사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증권의 데이비드 트론 애널리스트는 "원고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메릴린치를 상대로 한 나머지 25건의 소송들도 거의 철회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번 판결은 월가의 눈부신 승리"라고 논평했다.
이날 판결로 미 증권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메릴린치는 3.3% 올랐고,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각각 3.4%,2.5% 상승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