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 시대'가 1일 막을 내렸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 청계고가도로 광교 부근에서 정ㆍ관계 인사, 외교사절, 광역단체장, 시민 등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청계천 복원사업 기공식을 가졌다. 서울시는 광교에서 신답철교간 5.8km 구간의 청계고가와 청계천 복개물을 모두 철거하고 2005년 9월까지 청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국내 첫 고가도로인 청계고가도 34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 청계고가 역사 속으로 =왕복4차선 청계고가도로는 지난 69년 3월 완공됐다. 도심∼마장동 구간을 교통신호 없이 통과하는 도심내 고속도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건설됐다. 청계고가는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었다. 8m 높이의 공중에 건설된 첫번째 고가도로로 '한강의 기적'을 나타내는 '개발시대의 상징물'이었다. 또 서울 동북부와 도심을 논스톱으로 연결하는 '물류 동맥'이기도 했다. 청계고가를 떠받치던 복개 청개천은 '도심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다. 청계고가와 복개물 철거는 수도 서울의 도시관리가 '개발에서 복원'으로 전환됨을 의미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청계고가 구조물을 따로 전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복원되는 청계천은 생태 서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천에는 30cm 이상 깊이로 냇물이 흐르게 된다. 주변에는 다양한 광장, 조경ㆍ조명시설 등을 갖춘 8만3천여평의 녹지가 갖춰진다. 뫼산과 나비 등의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지붕을 막으로 덮는 등 여러 형태를 띤 21개의 다리도 설치돼 도심 속 시민 휴식공간으로 되살아난다. ◆ 공사 첫날 교통은 원활 =청계고가는 이날 오전 0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됨에 따라 기능을 멈췄다. 광교∼신답철교간 양 방향과 9개 진ㆍ출입 램프가 전면 폐쇄됐다. 청계고가 폐쇄 첫날이자 철도파업 나흘째인 이날 출근길은 평소와 비슷한 교통흐름을 보였다. 청계고가 끝 지점인 신답철교 부근과 왕산로 등에서 혼잡을 보였을 정도다. 상당수 시민들이 청계고가 폐쇄와 철도 파업 등의 여파로 발생할 교통대란을 우려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청계천복원 교통상황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 도심유입 교통량이 전날에 비해 평균 3.9%(1천5백22대) 줄면서 도심안 차량 운행속도가 2.7% 감소했지만 도심 진입 및 우회도로는 9.5% 증가했다. 그러나 일방통행제나 가변차로제가 시행되는 창경궁로 혜화4거리→원남4거리 구간과 왕십리길 한양대앞→왕십리4거리 구간 등은 우회 차량들이 몰려 속도가 다소 떨어졌다. 동ㆍ북부지역에서 들어오는 왕산로의 경우 교통량은 줄었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속도가 10.4% 감소했다. 오후 들어선 종로 등 도심내 간선도로에서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간선도로 역할을 하던 청계고가가 폐쇄됐음에도 시민들의 협조로 교통흐름은 원활한 편이었다"며 "자가용 이용자가 늘어나면 언제라도 혼잡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을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기호ㆍ임상택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