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의 CEO 멕 휘트먼 사장(46).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49)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꼽히는 인물이다. 피오리나가 전속 스타일리스트를 둔 '카리스마'의 CEO라면 휘트먼은 담장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여장부형 CEO다. 지난달 26~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이베이 라이브(ebay live)'에서 인터뷰차 만난 그녀의 모습은 꼭 이랬다. '마음씨 좋은 아줌마' 같은 인상을 풍기면서도 연간 거래규모 1백47억7천만달러의 이베이를 경영하는 '막강한 CEO'의 풍채를 느끼게 했다. 인터뷰 첫 마디 역시 수수했다. 휘트먼은 "잘못 생각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지 않으면 빛의 속도로 거래되는 인터넷시장에서 거대기업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경영론 첫 장 첫 페이지라고 소개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실수 노출을 꺼리지요.하지만 이베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선 쉬쉬하며 문제를 덮어 두어선 안됩니다.구경제 기업에서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던 의사결정도 이베이에선 며칠 또는 몇 시간 안에 끝내야 합니다.시장이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급변하기 때문이죠.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쪽 문화를 따라갈 수 없어요." 휘트먼 사장은 "모든 것이 빨리 움직이는 만큼 실수가 많이 발생하는 게 인터넷사업의 특징"이라며 "이미 발생한 실수를 얼마나 빨리 개선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런 경영철학이 이베이의 기업문화가 됐다. 즉 '실수할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주되 그만큼 빨리 해소하는 게 이베이 조직문화의 특징 중 하나다. 이베이는 1995년 경매사이트를 연 후 빠르고 무섭게 성장해왔다. 닷컴기업들의 몰락이나 미국경제의 하강국면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거래 규모는 1백47억7천만달러,순매출은 12억달러에 달했다. 시장가치는 무려 1백66억달러. 우리 돈으로 따지면 2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올 1·4분기 순익(1억4백20만달러)도 전년 동기(4천7백65만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분기마다 40∼50%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세로 월스트리트를 놀라게 했다. 휘트먼 사장은 한국시장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베이는 한국 인터넷업체인 옥션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휘트먼 사장은 "한국시장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고 초고속인터넷망 등 인터넷 환경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옥션의 영업 성장성은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닷컴 붐이 한창이던 2000년 초 '닷컴 조정기'를 예견했던 그이기에 다소 의외였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단순합니다.이익을 내는 것이에요.상당수 닷컴들이 수익모델 없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실제로 수익을 내지도 못했죠.당연히 조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하지만 인터넷 전성기는 이제부터입니다.지난 1년간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투자가 꾸준히 늘어났어요.경영환경이 나아졌다는 게 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입니다." 어린시절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고 묻자 휘트먼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교육받았지요.그리고 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긍정적인 동기 부여를 받았지요.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한 것도 어릴 때 교육받은 도전정신이 토대가 된 것 같아요." 휘트먼 사장은 신경제와 구경제 기업에서 모두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와 관련,"훌륭한 리더십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조직원들에게 정확히 공유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는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최적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도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겠지요." 휘트먼 사장은 하버드대 MBA,P&G 브랜드매니저,베인&컴퍼니 컨설턴트,월트디즈니 마케팅 부사장,스트라이드 라잇 사장 등을 거쳐 1998년부터 이베이를 이끌고 있다. 눈부신 경영 성과에 힘입어 휘트먼의 올해 연봉은 99만달러로 전년보다 4배 가량 늘었다. 올랜도(미국)=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