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가 4%대로 떨어지면서 해외채권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들어서만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여기로 유입됐다. 판매기간을 1주일 정도로 제한하는 한시판매 상품인데도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 모집금액을 매번 초과하고 있다. 때마침 세계적인 금리인하(채권값 상승) 추세를 타고 펀드수익률이 연환산 기준으로 두자릿수까지 치솟고 있어 이같은 인기몰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해외채권펀드란 =슈로더투신운용 피델리티투신운용 아멕스자산운용 등 해외 투신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뮤추얼펀드다. 투자 대상은 미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미국달러채권펀드(또는 미국가번먼트채권펀드), 유럽 국공채에 투자하는 유럽채권펀드, 신흥시장 국공채와 회사채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 채권펀드 등 다양하다. 국내 은행들은 고객들이 가져온 자금을 한 데 모아 이들 펀드에 가입했다가 만기 때 원리금을 수령해 고객들에게 분배해 주는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면 절차도 복잡할 뿐더러 환율변동 위험도 크다는 점에 착안, 환위험 회피와 대리인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해외채권펀드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우리 한미 조흥 외환 등 4곳이다. 판매금액은 모두 합해 5천20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이 2천5백억원, 한미은행 1천5백억원, 조흥은행 8백20억원, 외환은행이 2백억원을 모집했다. ◆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 =우리은행이 올 1월 판매한 피델리티의 '인터내셔날채권펀드'는 지난 25일 현재 연환산수익률이 20%에 달했다. 3월 시판한 아멕스의 'US채권펀드'와 '유러피안채권펀드'는 각각 연 7.7%, 14.5%를 기록 중이다. 한미은행이 지난 1월 판매한 '슈로더 미국달러채권펀드'는 연 11.08, '프랭클린미국국공채펀드'는 연 2.33%를 올리고 있으며 4월에 판매한 '슈로더이머징마켓채권펀드'와 '슈로더유럽채권펀드'는 각각 연 19.70%와 17.01%를 보이고 있다. 조흥은행이 4월에 모집한 '피델리티미국달러채권펀드'는 연 23.46%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수익률이 만기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각 은행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지금의 두자릿수 수익률은 세계적인 금리인하(채권값 상승) 추세에 따른 채권평가익 때문이어서 금리가 상승하거나 채권 만기가 되면 수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만 않는다면 연 5% 이상 수익률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는 국내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 환율위험 헤지에다 연 2% 추가수익도 =은행들은 해외뮤추얼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고객들의 돈을 환전하면서 선물환거래를 한다. 이 경우 환율이 아무리 많이 하락해도 고객들은 환차손을 보지 않으며 어떤 경우든 연 2% 내외의 선물환 마진(수익)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 뮤추얼펀드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률에다 선물환거래에 따른 비과세마진 2%를 합칠 경우 예상수익률은 7∼8%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위험은 없나 =펀드상품인 만큼 원금을 손해볼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채권값이 폭락(금리 상승)하거나 뮤추얼펀드가 투자한 채권이 부도날 경우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고 경우에 따라선 원금마저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 이후 미국 경기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어떤 사람들이 사나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부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편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재산 지키기'가 지상과제인 만큼 자기 재산의 일부를 해외에 투자해 두려는 것이다. 이들은 한번에 10억∼20억원을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계층에선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연 예상수익률이 5%를 넘을 것이라는게 알려지면서 1천만∼5천만원씩 가입하고 있다. ◆ 향후 판매상품 =현재 은행권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뮤추얼펀드 상품은 외환은행의 '슈로더이머징마켓펀드'와 '슈로더유로채권펀드' 뿐이다.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판매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객들이 언제든 가입할 수 있게 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두달에 한번꼴로, 한미은행은 한달에 한번 정도씩 신상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